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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해 보니…

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기기가 안된 상황), 무선 인터넷 환경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환경뿐이었다.

 

차라리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라는 의무감(?)으로 수업을 이끌어가야 했다. 하는 수 없이 학기 중에 또 한 번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사연수를 받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의 긍정적 효과
연수 이후 나의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교과서의 보급 취지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구성 중점 사항에 맞게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하고 이끌어 주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학업성취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음의 그래프는 동일한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하기 전(1학년 때) 2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왼쪽 그래프)와 디지털교과서로 2학년 때 1년간 학습을 진행한 후, 3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오른쪽 그래프)이다. 과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서책형 교과서로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고, 과학은 디지털교과서로 1년간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 결과다. 디지털교과서 수업의 학업성취도가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은 학생과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고, 하루하루 새로운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 디지털교과서에서 기능적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습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도 보였고, 간헐적인 오류가 나타나 수업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필기 기능, 검색 기능, 노트 기능 등은 간혹 매끄럽지 못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탐구활동관련 실험 동영상의 경우, 출판사에서 제작한 실험 동영상이 탐구활동의 과정을 안내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는 부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재생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부분은 많이 건너뛰고, 결과가 나온 부분만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탐구과정을 살펴보고,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예상해보는 것은 학습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활동이지만, 구조적으로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다. 
 

 

디지털교과서의 단점 개선
디지털교과서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할 부분이 있다. 먼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과 교과서의 질문에 대한 상호작용 촉진을 위해서라면 탐구활동에 관한 영상의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연결해 재생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영상 뒤에 결과를 예측하는 질문을 넣어 예상 답변을 제출하게 한 후,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구성을 바꿔야 한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교과서 내에 저장된 예시(모범)답안이 있어서 질문에 어떤 답변(내용)을 하든지 상관없이 예시(모범)답안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입력하기보다 예시(모범)답안을 먼저 보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심지어 한 글자만 입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빛이 있는 곳에 둔 시험관 A의 물 높이는 낮아지고, 빛이 없는 곳에 둔 시험관 B의 물 높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A에서는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되어 시험관의 윗부분에 모이지만, B에서는 빛이 없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의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험관 A와 B의 물 높이 변화에 차이가 있는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토의해 보자.

 

1. ◯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무 내용(빨간 원)을 넣어도 답안이 제시됨] 

이와 같은 단점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추진된다는 AI 디지털교과서에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 교과서에 제시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했을 때, 데이터 서버와 연결되어 질문에 대한 유사한 답변을 찾아 예시답안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학습(생각)에 대한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상(유사)답변과 많이 다르거나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에는 답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개의 용어(힌트)를 제시해 줌으로써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속도·수준 등에 따라 학습자료를 제시하고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와 목표성취를 돕는 방향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학교현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개발되는 교과의 수를 늘리기보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지적된 단점을 보완하여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개별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우수 수업사례만을 보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디지털교과서 학습콘텐츠의 질·기능,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등 개선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한 후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 디지털교과서 내의 학습콘텐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탑재(물론 현재도 자료연결 기능으로 탑재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 간의 학습자료 및 학습내용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 내에 커뮤니티 기능(현재는 위두랑이라는 학습커뮤니티 앱과 연동은 가능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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