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입수능 부정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전국적으로 14명이 구속되고 374명이 입건되었다. 이중 극심한 부정행위자 314명은 시험 성적이 무효화되는 대입 시험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들은 휴대 전화를 통한 커닝과 대리 시험 등 수 개월간 아주 조직적이고도 교묘하게 준비하여 부정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국에 걸쳐 여러 조직이 구성되어 활동했으며, 대리 시험의 대가로 수 백만원 씩을 지불하는 등 학부모들의 개입과 공모도 밝혀졌다. 소위 엄지족, 선수, 원멤버, 도우미, 대물림 등 부정 관련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이동통신업체의 문자ㆍ숫자 메시지 조사로 개인정보유출 시비도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에서는 수사 결과, 이러한 대입수능 부정 행위는 전국적으로 수년에 걸쳐 소위 대물림으로 야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인터넷에 휴대 전화 커닝과 대리 시험에 관한 카페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국 근대 교육 100년사에 좋지 못한 오점을 남긴 이번 대입수능 부정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이를 계기로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교육개혁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하여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는데, 온 국민의 지혜를 모이야 하겠다.
첫째, 대학입학시험의 제도적 문제점이 개선되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 공교육은 오로지 ‘대학을 향하여 일렬로!’가 부동의 원칙이 되었다. 대학만 잘 들어가면 출세와 인생이 보장되는 그릇된 교육 제도, 사회 구조가 학교와 교육을 병들게 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 심오한 학문 탐구를 위해 더욱 더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데, 그만 학업의 종착점으로 생각하고 책을 놓고 말기 때문이다.
인생은 평생을 배우는 긴 마라톤인데, 근시안적으로 대학에만 입학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학업과 담을 쌓는 학생들에게서 바른 인성과 고차원적 다중 지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저 난망일 뿐이다. 대학 입학은 고등교육의 입문이며 성인으로서의 새 출발인 것이다. 분명 대입은 교육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초ㆍ중등 교육 소정의 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한 사람이면 장애 없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교육과정과 대입 준비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초・기본이 잘못된 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모름지기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의 흔들리지 않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학교는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나 기업체와 달라서 인간에게 지식과 인성을 함양하는 도장이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이상, 조직과 사회에서 원칙과 질서가 바로 서고 예절과 진리가 숭상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와 교육은 무조건 겨뤄서 이겨야 한다는 과잉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승리라고 목적에만 관심을 가질 뿐, 반드시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가치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 요행과 무원칙, 부정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진솔하고도 순수한 사람들이 대접받고 진선진미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반대로 바보 되기 십상인 세상이 오늘의 사회 모습이고, 나아가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이기도 하다.
셋째, 사회 윤리와 도덕이 바로 서야 한다. 교육은 글자 그대로 사람을 가르치고 기르는 의도적 활동이다. 그 대상은 학생들이고 주체는 교원, 학부모 등 성인들이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남의 자녀이기 이전에 우리의 자녀이고 우리 나라를 짊어질 새싹이고 동량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보살펴 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오로지 내 자녀만이 소중하고 최고라는 어른들의 그릇된 사고 방식 때문에 교육이라는 대들보가 부러지고 학교라는 서까래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입수능에 대리 시험, 휴대 전화 부정에 거금을 지불하여 공모한 학부모, 커닝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적발하면 괜히 경찰서만 오갈 테니 눈감아 주자는 감독 교사의 무사안일주의 사고가 이러한 엄청난 사태의 단초가 된 것이다. 땅에 떨어진 사회 윤리의식과 도덕불감증이 우리 교육을 이 지경까지 수렁으로 빠지게 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사건의 주범인 고교생, 대학생 등 핵심 부정 가담자를 구속하고 향후 부정 행위자는 3년간 응시 제한을 고려하고 있으나 그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기초・기본이 바로 서 있지 않고 인성이 비뚤어져 있는데 교육이 바로 서겠는가? 우선 사람이 그른데 제도가 바로 서겠는가?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이 이러한 불상사를 유발한 주범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험의 공신력 담보는 평가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결국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우고 학교와 교육의 권위 및 사회 정의를 회복하는 길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우리 모두는 이번 대입수능 부정 사태과 관련하여, 과거 한 가지만 잘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간다고 정책을 오도한 교육 당국은 물론, 반칙을 권한 사회와 어른이 먼저 매를 맞아야 한다는 여론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