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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마스크 벗고 1m, 현실성 있나?

전면등교 1년, 학교는 서서히 코로나 이전의 리듬을 회복해갔다. 운동회와 학부모 공개수업 등이 하나둘 부활했다. 새봄을 준비하기 위한 겨울도 평화롭게 지나가는가 했으나, 전국 학교현장은 요동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와 함께 시작된 걱정이 몰려왔다. 


방역당국의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방침에 맞추어 지난 2023년 1월 27일, 교육부는 학교 마스크 착용 권고기준을 공개했다. 교육부가 안내한 학교·학원 내 마스크 착용 권고사항에는 환기가 어려운 공간에서 다수가 밀집되어 있는 경우, 사례별로는 교실·강당 등에서 합창수업 시, 그 밖에 실내의 다수 밀집된 상황에서 비말 생성행위가 많아 교육시설의 장(학교장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혀있다. 이 대목에서 학교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갸우뚱했다. 


“이게 기준인가?”

 

학교 입장 _ 권리존중과 아동학대 사이, 학교는 끼어버렸다
일단 거의 모든 학교·학원이 ‘실내의 다수 밀집된 상황에서 비말 생성행위가 많은’ 상황에 속한다는 점이 첫 번째 문제이다. 예컨대 20~30여 명의 학생이 1m의 거리도 유지하기 힘든 교실 안에 밀집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교장은 ‘우리 학교는 여기에 해당되니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라고 할 수 있을까?


2022년, 학부모와 학생의 기본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어느 단체는 학교 실내 마스크 착용 강요 시 아동학대로 고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에 보낸 바 있다. 근거는 ‘소아·청소년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교육부 지침을 집행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교육부의 답변이었다.

 

교육부는 ‘지침은 가이드라인일 뿐, 마스크 착용 요구는 교육감 및 학교장의 결정에 따른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는 마스크 착용 요구에 따른 갈등에 대한 책임을 학교장에게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교육부는 권고사항의 마지막을 ‘학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마무리했다. 마스크 착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마스크 착용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각자가 더 무게를 두는 권리기준이 다른데 학교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권리존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동학대가 된다. 학교마다 의사결정과정이 다를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모 교육청은 학교시설 개방 협조요청 공문도 내려보냈다(2023.1.3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었으니 교육활동 및 학생안전과 재산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학교시설이 개방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는 내용이었다.

 

마스크를 벗으면 집단감염이 우려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시설 개방 압박까지 받는다. 오픈은 하되 감염병이 퍼지지는 않게 하라는 아주 까다롭고도 현실성이 희박한 주문이다. 학교에 마법 장막처럼 바이러스 닥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학교는 민원과 공문 사이에 끼어버렸다.

 

교사 입장 _ ‘답정너’와 ‘답이 없다’ 사이, 교사들은 안팎의 갈등을 직접 만나야 한다
“선생님, 마스크 벗어도 돼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 같은 질문을 몇 번 받은 S 교사는 곤란했다. “되긴 하는데 우리 같은 상황에서는 쓰는 게 좋대”라고 대답했다. 학생은 쓰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헷갈려 하다가 그냥 쓰고 지냈다.

 

그날 오후 교무실에 전화가 왔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인데 왜 쓰라고 했느냐는 민원전화였다. 교사는 뭐라고 해야 할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분명 의무는 아니고, 자율이라는데 벗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교사 자신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1대 다수를 만나는 교사가 감염원이 되어 집단감염이라도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S 교사는 교사에게 마스크 착용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라고 생각한다. 자율이지만 교사는 자율이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학생에게는 강요할 수 없으니 이중고다.


그런데 교과전담으로 교실에 들어온 동료교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아직 벗기는 불안한데요?” “○○선생님은 벗었는데 왜 우리한테는 쓰는 게 좋다고 해요?” 쏟아지는 질문 사이에서 S 교사는 또 난처하다. ○○선생님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그러면서도 벌써 홀가분한 얼굴의 느낌을 만끽하는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수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가 내가 걸리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갈등이 이렇게나 많이 일어난다.


마스크 의무 해제를 놓고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기준 해석에 따른 민원이다. 마스크 자율 착용 상황에서 담임선생님이 마스크를 쓰면 받을 수 있는 반응도 다양하다.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좋지 않으니 벗어주세요.” “자율인데 왜 쓰나요? 병이 있는 건 아닌가요?”

 

선생님이 마스크를 썼다는 현상 자체를 바라보는 해석과 민원 내용도 모두 다를 수 있다. 써도 문제, 안 써도 문제다. 민원은 학교로 오지만 대응하고 개선사항을 실행해야 하는 것은 교사들이다. 


마스크를 벗는 대신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세부적인 지침과 시스템을 직접 만들거나 실행해야 한다는 압박도 교사에게는 갈등요소이다. 마스크를 벗는 대신, 거리두기나 방역수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했다,

 

자율과 이해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다. 자가진단 앱 사용과 체온재기 같은 업무는 불필요한 업무 1위에 꼽히며, 이에 대한 피로도는 포화상태이다. 마스크 미착용도 마찬가지. 학생 간 거리가 1m 이상 간격 유지가 되어야 벗을 수 있다. 그런데 교실의 물리적인 환경상 1m 유지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별학습을 하고 완벽하게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면 마스크를 벗을 수는 있으나, 짝활동·모둠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어렵다. 이뿐 아니다. 급식실 대화 금지 등 생활규칙을 강화할 것인가, 소독 등 방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모든 기준은 지침 수행과정에서 오는 갈등과 업무부담을 부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집단감염으로 인한 장기결석·수업결손, 다시 이어질 수도 있는 원격수업 병행이 걱정된다. 


학습지도 차원에서 어떤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교육과정 실행과 성취기준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음악시간에 마스크 착용이 자율일 경우 리코더 연주를 거부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평가는 할 수 없으며, 성취기준 도달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학생들은 리코더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학생지도는 교사들이 매일 가장 많이 부딪치는 난제이다. 입학 이후 3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지낸 학생들에게 마스크란 또 다른 옷이자 새로운 가면이 된 듯하다. 마스크 착용으로 비롯되었던 학생들의 심리발달·언어발달·신체발달 문제는 후유증으로 남아 노마스크 시대에도 생활지도와 학습지도에 많은 과제를 안겨줄 것이다. 그야말로 대책과 답이 없는 광야에 교사들은 덩그러니 놓인 상황이다. 

 

학생 입장 _ 마스크라는 벽을 무너뜨리기가 무섭다
감염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학생 사이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교사들은 예상한다. “아직 위험한데 너는 왜 안 써?”라고 묻는 학생과, “자율이라는데 왜 간섭해?”라고 대응하는 학생 사이의 갈등이다. 만약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이 확진되었을 경우 원망의 대상이 되거나, 마스크 착용 여부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느낄 때는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마스크를 벗으면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 어린 학생들은 어른들의 입을 보며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으니 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마스크 속에 가려져 있던 본심과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이해, 공감능력 발달도 마스크를 벗은 후 기대되는 점이다. 코로나 3년을 보내며 끊임없이 길을 찾아온 학교의 에듀테크 인프라와 기술, 교사들의 적응력은 앞으로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겨우내 언 땅이 녹아 싹이 트려면 땅이 녹는 동안 갈라지고 질척해지는 불편함과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불필요한 고통은 줄일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대응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에 책임을 묻는 모호한 자율성은 재정비되어야 한다. 자의적인 기준 해석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자율이라는 말에는 기준과 책임에 대한 서로의 양해가 전제로 깔려 있음을 학부모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가 노마스크 시대 학생지도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리라는 꿈은 환상이다. 이제는 코로나를 경험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생존법칙을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새 질서를 창조하는 이 발걸음에 교육부는 좀 더 현명한 기준과 방침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학교·교사·학생·학부모의 믿음과 이해, 교육부와 교육청의 체계적인 대안으로 구축된, 마스크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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