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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도 쉬는 시간] 선을 그어 볼까요?

오래전 어느 운수 좋은 날이었어요. 급식실에서 돈가스가 남았다며 식판에 무려 3장을 얹어주시는 거예요. 감격! 평생 잊을 수 없는 급식 시간. 맛있게 먹으려고 젓가락을 드는 순간, 울리는 핸드폰.

 

“선생님, 학교 폭력 민원인이 찾아오셨는데 식사 중이시죠? 어떻게 할까요?”

 

돈가스의 감격도 잠시. 마음은 착잡해졌어요. 점심시간에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어떤 말을 할까? 걱정도 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민원은 그런 거잖아요. 교무실에 있다는 학부모님에게 갔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부모님, 학교 폭력 때문에 찾아오셨지요? 그런데 약속하지 않으셨고, 저도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해요. 5교시에 수업도 해야 해서 만약 상담하신다고 해도 10분 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기다리시겠어요? 기다리기 힘드시면 시간 약속을 잡고 다시 방문해주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기다린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았어요. 제 마음이 꼬였던 탓도 있겠지만, 그 학부모님도 기분이 나빴겠지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왔는데 담당자는 밥을 먹는다고 했으니까요. 그 처지가 이해되지만, 수업도 해야 하는데 밥도 못 먹고 배고픈 채로 기분 나쁘게 아이들 앞에 설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다시 점심을 먹고 상담을 해 드렸어요. 말이 상담이지 하소연을 듣는 시간이었다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

 

며칠 전, 아들의 중학교에서 안내 메시지가 왔어요. ‘선생님과 상담하실 때는 미리 시간 약속을 해 주시고, 폭언과 고성은 삼가시기를 바랍니다.’ 그 문자를 받고 오래전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르더군요. 약속도 없이 찾아와서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던 학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가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는 어느새 화가 나면 찾아와서 소리부터 지르면 일이 해결되는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 보험가입, 특정 종교 입교, 신용카드 발급
-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의 준비물 학인 문자 답장
- 방과 후 외부에서 놀고 있는 학생 소재 파악
- 학교 폭력 관련 학부모 간의 보상금액 교섭
- 특정 아이를 위한 예외(신체적,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제외)
- 수업 장면 사진 촬영과 업로드
- 수업 중 전화 연락
- 특정 학부모의 요구에 의한 숙제
- 적절하지 않은 추천서 작성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요즘 인터넷에서 회자하는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이 하나 있어요. 쓰여 있는 문구를 보고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 들었어요.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한 번은 짚어주었어야 하는 이야기들. 가정통신문 문구에는 없지만 쉬는 시간에 감기약을 먹여 달라는 부모님. 결석했는데 출석으로 인정해달라는 부모님. 청소를 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모님. 아이를 앞자리에 앉혀달라는 부모님. 비합리적인 요구를 당당하게 하시는 부모님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다 들어드릴 수도 없는 일. 이런 요구들은 어느 학교의 가정통신문처럼 한 번쯤 공개적으로 ‘이런 것은 안 됩니다.’라는 말로 경종을 울려줄 필요도 있어요. 불합리하고 무리한 요구는 무작정 들어줄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선 긋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조금씩 바꿔 나가야 우리도 가르치는 일에 더 매진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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