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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종이 카네이션과 꽃다발

 

 

 

 

 

 

 

 

오월 열셋째 날 아이들의 웃음이 잔디밭에 진하게 물든다. 한소끔 훈풍이 일 때마다 울긋불긋 꽃양귀비와 작약꽃이 청잣빛 하늘에 하늘거린다. 왜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월은 행사가 많다. 지난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었는데 이번 일요일은 언제나 개운치 않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앞둔 한 주를 마치는 금요일 아침이었다. 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다소 마음이 가볍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본래의 의미를 알려줘야 했기에 노래를 부르고 미리 준비한 종이 카네이션 도안을 나누어주면서 스승의 날과 카네이션의 의미를 간단히 알려준다.

 

카네이션을 드리는 풍습은 약 100년 전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교회 모임에 온 어머니 오백 명에게 흰 카네이션을 선물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꽃의 색깔은 진리와 순수, 넓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향기는 어머니의 기억과 기도를 상징하며, 꽃잎을 껴안고 송이 째 시드는 모습은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껴안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후 윌슨 대통령은 1914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였는데, 이날 행사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빨간 카네이션을, 돌아가셨으면 하얀 카네이션을 달고 참여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이 1925년경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카네이션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꽃으로 무궁하고 깊은 사랑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마치자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색칠하며 오리고 붙이기를 한다. 누구에게 드릴 것이냐 묻자 돌봄 선생님, 작년 선생님, 1학년 때 선생님, 우리 선생님 등 눈빛이 반짝인다. 그럴 즈음 메신저가 깜박인다. 2교시 후 중간활동 시간에 전 교직원 깜짝 모임에 참여해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일까?

 

조금 빨리 교무실에 가니 진한 풍경이 준비되어 있다. 전 교직원 수에 맞춰 담은 컵 과일과 주스, 꽃다발 3개, 기다란 양초 3개를 꽃은 작은 케이크와 종이꽃 카네이션 한 송이가 있다. 원래 모임을 자주 하지 않기에 선생님들도 약간 놀란다. 이제 모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스승의 날 자축행사이다. 날로 처져가는 선생님들의 어깨에 용기를 실어 주는 의미로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과일 주스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교직 생활의 신선한 충격의 한 장면이 시작된다. 전 교직원에게 축하의 인사말과 더불어 올 3월 새로 부임해 오신 신규 선생님 세분께 꽃다발과 선물을 주신다.

 

“교직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세분의 선생님, 이번 첫 스승의 날을 기억하여 이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선생님으로 교직의 길을 걸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축하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새겨진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종이 카네이션을 단 교장 선생님과 세분의 선생님이 함께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장면은 그 어떤 스승의 날 축하 행사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참 아름답고 좋은 모습이었다.

 

퇴근길 나의 긴 교단생활에 저런 모습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돌려 보지만 낯설기만 하다. 아이를 바르게 가르쳐 달라는 부모님의 바람은 멀어지고 경쟁과 자신만 우선시 하는 폭주하는 외부의 민원에 선생님들의 어깨는 기댈 곳이 없다.

 

늦은 저녁 시간 한낮과 다른 서늘한 바람이 귓불을 스친다. 그래도 오월의 늦은 오후는 신선하고 예쁘다.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세분의 선생님은 물론 모든 선생님이 스승의 날을 축하하며, 살맛나는 언제나 하고 싶은 교직 문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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