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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른 교실, 아이들이 불안하다

 

모두가 아픈 시대다. 팬데믹이 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2년 가까이 문을 닫았다. 교실의 문은 모두에게 닫혔지만, 감수해야 할 고통의 무게는 같지 않았다. 냉전 시대에 크게 발전한 한국의 동원력과 교육행정·보건행정 능력은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봉쇄되고 생활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와중에도 위력을 발휘하며 인류가 새로운 위기에 맞서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전염병의 피해와 고통은 산업선진국보다 불안정한 저개발 국가에 더 무겁게 놓였다. 국가적 차이는 국내의 지역적·계층적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공교육의 빠른 대처는 모든 급별의 학교가 온라인 개학으로 전면 전환하고 그에 맞춰 교사들이 신속하게 교재와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염병 차단을 위한 조치로 당장 사람들을 대면하여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이 돌아갔다. 위태로운 균형을 이어가던 많은 가계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고 경제적 불안정은 가정의 정신적·정서적 불안정으로 이어져 아동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방이 적고 내부 면적이 좁은 가정이 만약 여러 자녀를 뒀을 경우 온라인 수업은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드러냈다. 좁은 방에 핸드폰만을 들고 원격 수업을 듣고 서로의 소리가 섞여 수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여건에 처한 학생들이 있었다. 좋지 못한 살림이 노출되고 욕설이나 다툼 등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음이 그대로 수업 시간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학업 지도와 함께 선생님들의 따뜻한 돌봄과 안내 속에서 학습에 적합한 생활 습관을 차근차근 익혔어야 할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을 대신할 만한 가정의 보호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형편에 있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많은 수의 학생들은 생활 리듬의 붕괴와 교사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얻지 못 한 채로 무너졌다. 이는 많은 언론에서 ‘중위권의 소멸’과 ‘기초학력 미달 급증’이라는 말로 표현됐다. 나름 좋은 역량을 보여주며 많은 노력이 있었던 교육 현장이지만 학생과 가정엔 많은 상처가 남았다. 이제 단계적 일상 회복에 접어들며 전면등교를 맞이하는 새 국면에서 학교와 선생님들이 직면하게 될 현실은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들을 지닌 교실이다.

 

‘시간의 실종’ ... 학교 규칙 적응 힘들 듯

위드 코로나에 따른 전면 등교 이후 생활지도에서 겪을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다. 등교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수업 직전에만 모니터를 켜고 방 안에서 자유분방하게 생활했던 학생들이 갑자기 늦지 않게 등교하여 정해진 시간에 교실에서 바른 자세와 태도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꾸준히 학교에 나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연습하고 체화했어야 할 학생들이 중간에 큰 공백이 생겨버려 시차 적응부터 배려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학생들의 수면 리듬과 생활 습관에 대해서는 가정과 충분한 연계 지도가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선생님도 친구도 학교도 모두 낯설다. 학교는 학생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친숙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요일별 또는 격주 등교를 하며 학교는 어쩌다 한 번만 오는 곳이 되었다. 학교에서 몇 명 빼고는 대화할 수 있는 애들이 없다. 학교에 소속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차라리 학원에서 자주 보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더 안정감을 느낀다. 친구 없이 가족만 있는 고립된 공간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느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길러야 했을 시간들을 놓친 아동들은 새로 친구를 사귀어 같이 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긍정적으로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고립되어 보호자와만 지낸 아이들이 충분한 감정적, 심리적 지원 없이 갑자기 더 큰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큰 좌절감을 느끼며 오히려 반사회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교사 생활지도 이전보다 더 힘들 수도

코로나를 겪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비중이 반전됐다. 학생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선생님과 친구들과 소통하고 오프라인에서의 교류를 최소화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의 복잡한 사회생활에 지쳐 잠시 온라인에 도피해 있던 예전 세대와는 다른 현상이다. 안 그래도 모바일 네이티브인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온라인으로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SNS에서의 대화와 괴롭힘, 따돌림과 디지털 언어폭력 등이 발견될 수 있다. 한눈에 보이는 오프라인에서의 괴롭힘이나 다툼과는 달리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교사가 적시에 관측하기가 힘들다. 온라인은 통제된 교실에서와는 달리 어른들 사이의 혐오, 차별, 폭력, 왜곡된 성 의식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학생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따라하고 배우며 상식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일상을 영위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학생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올 때 교사들은 생활 지도에 있어서 그들이 이전보다 더 큰 온라인 공간을 배후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전면 등교한다는 것은 코로나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학교에선 교육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방역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30명이 넘는 대규모 학급에서 초등학생들이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정확하게 방역 지침을 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손을 닦고 손에 자주 닿는 책상과 문, 창틀을 알코올로 닦고 이동 간에 거리두기를 하여 줄을 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초등학생들이 친구들과 서로 붙잡고 뛰어 놀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며 멀리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제부터 오랜 시간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마스크를 끼고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마스크를 쓰고 내내 생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를 두고 친구들을 지적하고 다투는 일이 생기고 학생들이 예민해지면서 공격적으로 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쉬는 시간이 짧아 여러 반에서 화장실로 가는 학생들이 몰릴 수도 있는데 거리를 두고 길게 줄을 늘어서다 보면 오히려 공간이 없고 붐빌 수 있다. 거리두기를 위해 돌아가며 화장실 쓰는 시간을 정하면 저학년이나 중학년의 경우엔 필요할 때 화장실에 가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변한 아이들 .. 심리·정서 안정부터

새로운 환경이 된 교실 속에서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이전의 교실보다 더 높아졌다. 여기에 학습 공백을 겪어 더욱 따라가기 힘들어진 교과들과 코로나로 인해 변한 학습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학급 규칙들은 학생들을 더욱 옥죄고 압박한다. 이런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은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학교가 편안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심신의 성장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긴장과 문제들에 노출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때야말로 완벽주의로 접근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학생들과 우선순위를 정하여 학교 공동체 모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며 하나씩 민주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존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에서 ‘민주주의란 단순히 정부의 형태가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의사 소통을 통해 형성되는 공통의 경험, 사회 생활, 공동체 생활의 양식’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선생님이 스승의 입장에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스스로 지켜야 할 규범을 제정하고 민주주의를 연습해 자기 자신을 규율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성지도가 될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앞으로 전면 등교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이야기해보며 학생들은 한 번 더 자신들이 어떤 원칙과 규칙들을 지켜야 하는지 되새겨볼 수 있다. 오랫동안 등교 개학을 하지 못한데 따른 부족하고 미숙한 아쉬움만 생각하기보다 천천히 오늘 이 순간부터 연습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 코로나를 일상 속에 받아들여 학생들이 전부 등교하여 공부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교육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세상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학교는 일상이 된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을까? 어쩌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책임하게 일선 교사들에게만 막연한 책임을 던진 것이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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