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삼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세 시간의 체육시간이 있다. 나는 세시간의 학습활동 중 한 시간 정도는 실내에서 체육교과서에 따라 건강을 위한 보건 위생교육, 안전생활, 실기에 앞선 이론 등을 충분히 지도하고 싶다.
그런데 학생들은 체육시간만 되면 언제나 운동장이나 강당으로 나가 체육 실기를 하길 원한다. 의자에 따분하게 앉아서 하는 학습보다는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달려보자는 욕구 때문이라고 본다. 어느 날 체육시간이었다.
삼십여명의 학생들을 종횡으로 반듯하게 줄 세워 정지간 방향전환, 이동 중에 방향 전환, 체조, 순환운동 등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정해진 수업시간이 반을 넘고 있었다. 한참 수업을 하던 중 체육부장으로 선임된 하람이란 아이가 나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선생님, 빨리 저희들이 좋아하는 체육해요.”
애들이 좋아하는 `체육’이란 보나마나 놀이와 게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경기다. 삼학년이 여섯 번이나 되는데 축구경기에서 언제나 우리 반이 이기고 있으니 그 우승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체육시간에 게임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게 아이들의 주장이다.
연습이나 시합을 할 때 선생님이 정확한 심판을 봐주면서 자기들이 부딪쳐서 다치거나 반칙 논란이 있게 되면 해결사 역할을 해주리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내가 의도한 체육교과 수입을 잠깐 뒤로 밀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열심히 했더니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퍽 인기 있는 선생님으로 추켜세우며 좋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나도 이 날 일을 계기로 언제나 재미있고 활기 넘치는 운동을 해야 체육시간다운 체육시간으로 여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