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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극한직업’ 초등교사, “그래도 나는 교사다”

교사의 고유 업무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누구든지 학생을 가르치고 바람직한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본연의 일보다 다각적인 업무 처리를 요구받고 있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3월
교육학자  Moscowitz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학생들과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가 1년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였다. 그만큼 초기에 대응하는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3월,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성이나 장단점 등의 특성을 파악할 틈이 없다고 한다. 학교내·외부에서 넘쳐나는 다양한 업무처리를 요구받으면서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하는 학급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일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해마다 반복된다. 교사들이 업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교육과정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1를 보더라도 교사가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결과는 학생의 교육 손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이 해마다 반복되어 왔으니 그 손실은 막대 할 것이다. 1920년대 미국 콜로라도 주 교육장 이었던 Newlon은 교사가 10%만 중요하지 않거나 잘못된 내용을 가르쳐도 덴버 시민은 연간 315,000달러의 세금을 낭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이 가장 가치로운 교육 활동인지를 생각해 볼 때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3월의 첫날은 설렘과 기대 속에서 긴장하는 시간이다.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까? 이름만으로 미리 만난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그 특성을 몸으로 느끼는 중요한 날이다. 처음부터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선생님으로, 첫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에 다가가서 변화와 성장을 이끌고 싶은 생각은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희망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월 한 달은 1년 학급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땅을 고르고 물을 대고 싹이 터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폭주하는 업무, 늘어가는 스트레스... 울고싶은 3월
그러나 3월에는 업무가 폭주한다. 새로운 학교 교육과정의 출발을 위해 사전에 준비과정을 거치지만 인사이동이나 학급 담임 배정 등으로 인하여 각종 업무가 쏟아진다. 학급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늘어나는 업무로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 정신없이 오는 업무 연락, 교실 환경정리, 학부모 총회 준비, 학부모회 조직, 학부모 공개 수업 준비, 학부모 및 학생 상담 활동, 동학년 단위에서 발생하는 업무, 현장학습 조율 등은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숙고해야 하는 것들이다. 가령, 학부모 총회를 준비하면서 설명회 자료를 제작한다. 더불어 짧은 시간 동안 학급경영관을 전달하고 신뢰감을 조성하기 위해 사전에 학생의 특성과 학업 발달 등을 파악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한 학급에 20명 내외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 학부모에게 협조사항 요청 자료 제작, 학부모 요구 사항 청취 등을 거치면서 긴장감은 높아 간다. 학생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상담은 자칫 학부모로부터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함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사례이지만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 개인적 일에 대한 부탁 등은 교사의 스트레스를 최대로 고조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과 중에는 학생들과 수업활동을 하고 방과 후에는 교실 환경 정비를 위해 오리고 붙이고 꾸미기까지 정시 퇴근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은 어느새 3월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3월에 정작 해야 하는 일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생활 습관을 파악해 출발점을 진단해 보고 각각의 학생들에 대한 개별적인 학습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3월에는 학생들과 교실에서 배움으로 익혀나갈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교육과정 훑어보기>를 통해 각 학급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통합하여 학급 나름의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해당 학년의 교과별 성취기준을 이해하고 이와 연계하여 교과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은 중요하다. 교육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 가르칠 내용을 재배열하고 통합하여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학습내용을 적정화하는 일은 교사 업무의 본질이다. 이는 학생들의 삶과 연계하는 교육 활동을 수립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없는 직종은 없다. 그러나 교사는 하루 일과를 본연의 업무와 상관성이 낮은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문제가 있다. 3월에 정작 교사들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학생들과 만나기 위한 교육 활동 계획보다 각종 공문 처리 등을 포함한 잡무이다.


부서별 각종 운영 계획 및 현황 파악, 교육청의 업무 안내, 각급 학교의 교육 계획을 교육청에 제출하라는 내용뿐만 아니라 현황 파악을 위한 국회의원의 각종 요구 자료 등이 유독 3월에 집중되어 가장 바쁘고 힘든 달로 만들곤 한다. 이런 모든 잡무를 시간 내에 해내야 하다 보니 학생들과의 수업이 소홀해 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학년 업무 분장 조직을 위해 3월 방과 후 시간은 대부분 동학년 모임에 양보해야 하는 것은 일상의 다반사가 됐다.

 

허울뿐인 공문없는 3월... 편법만 난무
3월 한 달을 잡무 없이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교육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3월을 <학생 집중의 달>로 운영하는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하여 많은 교육청들이 각급 학교로 발송되는 공문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공문을 줄이기보다는 전달 시기를 3월 이후로 미루는 등 편법이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담임교사의 업무와 기타 행정업무를 분리하여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지원팀을 별도로 조직해 담임들이 학급 교육과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도 안정적인 출발의 발판이 될 것이다.


3월에 과도한 업무 편중 현상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어 왔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개선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답습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3월에 교사가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일은 학생 진단을 통한 1년 동안의 학급 교육과정 운영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이를 구심점으로 모든 학사업무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요즘의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 기관이라기보다 공문서 처리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성격이 강한 듯하다. 가령, 주 1회 열리는 부장회의도 협의 내용이 거의 행정적인 일이다.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협의가 진지하게 논의되는 장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그래서 가칭 ‘교육과정 운영 협의회’ 등으로 그 명칭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특수부장은 공문서를 처리하는 부장이 아니라 학급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조력자로 역할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는 학교에서 진정으로 가치로운 교육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3월의 새로운 만남이 1년 동안 학급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세우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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