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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릴 마니아들이여, 바뇨스로 떠나라!

나는 스포츠(운동)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선을 긋고 그 안에서 쉼 없이 왔다 갔다하는 농구에 땀 흘리며 몰두하던 친구들이 당최 이해가 안 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거다. 운동은 그저 편한 자세로 누워 응원이나 하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레포츠라면 두 손 들고 대환영!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감을 땀 흘리는 노동없이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내도 스릴 마니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 이런 우리가 레저의 천국으로 알려진 바뇨스를 알게 된 후에 할 일은? 무조건 Go! Go! Go! 깊고 깊은 안데스의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바뇨스는 그 산세의 험준함만큼 강렬하고 짜릿한 레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마을이다. 원래 위험할수록 스릴은 더 배가되는 법이니까.




1st Day

‘꺄아아악~!’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에서 함성이 들렸다. 아니, 비명 소리구나! 위태로울 만치 우뚝 솟은 산 사이로 거센 숨을 토해내듯 힘차게 흐르는 강물. 그 강 물의 물살이 희미해 보일 만큼 높은 곳에 놓인 다리 위에서 하나의 줄에 매달려 뛰어내리는 번지 점프. 난간을 붙잡은 손에 어느새 땀이 진하게 뱄다. 항상 이 순간을 고대했는데 막상 뛰어내리려니 엄두가 안 났다.


“우린 지금 막 도착했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 다시 와서 하자.” 아내는 무슨 소리냐며 지금 뛰자고 난리다. “그래? 그럼 너 먼저 뛰면 나도 뛸게!” 나의 아내, 겁도 없다. 순식간에 펄쩍 뛰고 돌아와서는 ‘미션 클리어’를 외치며 하이파이브…! ‘아! 뛰고 싶지 않다. 근데 이젠 더 이상 도망갈 핑계도 사라졌네.’ 난간 위로 올라서는데 다리는 왜 이리 후들거리는지…. 멋지게 ‘번지!’를 외치고 우아하게 뛰어내리는 상상 속의 내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앗! 나 알고 보니 고소공포증도 있는 것 같네.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 걸까?’



저 멀리서 아내가 손을 흔든다. 주저하는 내 모습에 짜증내는 교관의 목소리도 들린다.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졌다. “아아아~악!”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의 시간은 단발의 비명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휴, 끝났다. 어? 그런데 왜 한 쪽 발이 시원하지?’ 더 큰 일이 일어났다. 오른쪽 운동화가 사라진 것이다. 아무래도 뛰어내릴 때 벗겨진 모양인데, 저 멀리 구경꾼들은 비웃느라 신이 났다. 왼발에 홀로 남겨진 운동화만큼이나 민망할 따름이다. 그래, 오늘은 첫날이니 까 이럴 수도 있지. 내일부터는 멋지게 레포츠를 즐겨주마!


2nd Day

“자, 잠깐만! 여기서 뛰어내리라고? 이 절벽에서?”

“걱정하지 마. 우리가 너를 잡고 있으 니까 일단 절벽에서 뛴 후에 천천히 내려 줄게. 안전해. 안전하다고.”



캐녀닝을 하자고 교관이 맨 처음으로 데려온 곳은 밑도 끝도 없는 최상위 난이도 코스였다. 함께 팀을 이룬 칠레에서 온 세 명의 소녀들도 서로 뒷걸음을 치며 수군대느라 정신없다. 다시금 내려다보아도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우렁찬 폭포수가 산산이 흩어져 떨어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세상의 끝에 다다른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곳이 없다.


“못해, 못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믿어!” 그때 제일 뒤에 서 있던 아내가 모두를 제치고 성큼성큼 다가섰다.

“비켜봐! 내가 먼저 뛸게.”

“네가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이건 못할…”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전 로프를 허리에 묶는 아내, 조교의 카운트다 운에 정확하고도 힘차게 발을 굴러 몸을 날리더니 이내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안~돼~에! 이 먼 타국에 나 홀로 남겨두다니! 그 순간 절벽 밑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얏호! 오빠도 뛰어!” 살아있구나. 고맙다. 몸을 던져 이 수직 하강 레펠과도 같은 캐녀닝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줘서. 그럼 이제 나도 나서볼까.

“로프 확실히 잘 매어져 있지? 나 잘 잡아줄 수 있는 거지?” 교관에게 재차 확인을 받고 나서야 질끈 눈을 감고 허공으로 도약. 굽힌 무릎을 힘차게 펴면서 몸을 한껏 날렸다. 그리고 안전하게 서서히 절벽 아래로 하강했다. 칠레 소녀들은 단 한 명도 미션을 완수하지 못했다. 그래도 난 해냈다. 모양새가 많이 구겨지기는 했지만.


3rd Day

오늘은 래프팅의 날이다. 이번에야말로 상남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 래프팅이라고 하면 이미 한탄강에서 잔 뼈가 굵은 몸. 와이프! 이번에야말로 보여 주겠어. 네가 한평생 의지할 이 남자의 숨겨둔 마초성을. 간단한 준비 운동 후 모두가 고무보트에 올라섰다.


“래프팅해 본 사람 있나요?” 교관의 물음에 손을 번쩍 들고 가장 중요한 자리인 앞자리를 배정받았다. 자, 팀원들이여! 모두들 나를 따르라. 부딪쳐라, 바뇨스의 급류야! 네가 아무리 험하다 한 들 한국 남자의 드높은 기상을 꺾지는 못하리라. 교관의 구령에 맞추어 일제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데 무리 없이 흘러가던 물살이 어느 순간 갑자기 거세졌다. 한국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격하게 요동치는 보트. 이내 엄청난 파도가 힘차게 몸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보트를 덮쳤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알 수 없는 현기증에 균형을 잃은 내 몸은 차가운 물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급류에 휘말린 몸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속으로 잠겼다가 수면 위로 오르기를 반복했다. 교관이 뻗은 손을 잡으려다 미끄러지더니 이번에는 보트 밑으로 몸이 기어들어 간다. 결국 물을 몇 바가지나 먹고서야 겨우 교관의 손에 뒷목이 잡혀 보트 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말투의 뒤편에서 이 남자 평생 믿고 살아도 되나 하며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이 느껴진다. 아, 오늘따라 저 하늘이 유난히도, 정말 유난히도 우중충한 회색이구나!


 세 단어로 알아보는 바뇨스 

1. 바뇨스

에콰도르의 바뇨스는 퉁구라구나 화산으로 인해 축복받은 땅이다. 캐녀닝, 짚라인, 화산 트레킹, 자전거 투어, 카누잉, 정글 체험, 번지 스윙,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 길 수 있으며, 체험 가격 또한 비싸지 않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린다.


2. 화장실이 어디에요?

스페인어로 ‘화장실이 어디에요?’라는 문장은 ‘돈데 에스타 엘 바뇨?’이다. 즉, 바뇨는 ‘화장실’ 이라는 단어인데 목욕탕 또는 온천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름처럼 실제로 도시 가운데 큰 온천들이 존재한다.


3. 바뇨스 가는 길

바뇨스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에콰도르의 키토로 가야 한다. 아에로멕시코항공을 이용할 경우, 멕시코시티를 경유(1회)하여 키토로 들어갈 수 있다(주 4회 운항, 약 24시간 소요). 키토에서 바뇨스까지는 시외버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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