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 735년 세운 석굴암은 중앙의 본존불 높이가 3.4m에 이르며 대좌까지 합쳐 5m나 되는 큰 불상으로 신체의 비례가 알맞고 각 부분이 부드럽고 세련된 솜씨로 조각되어 있다.
석굴암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신라 사람들의 지혜와 재능을 짜내 만든 종합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열대지방인 인도에서는 부처를 서늘하게 모시기 위해 기원전 100년경부터 바위에 굴을 파 그 속에 탑을 세우기 시작했으며 이 풍습이 4세기경 중국에 전해졌다. 이러한 석굴 신앙이 7, 8세기초 우리나라에 전해졌지만 신라에는 큰 바위산이 없었기 때문에 신라 예술가들은 새로운 방법을 창안했다.
산을 파내어 굴을 만들고 조각된 돌들을 조립한 후 흙을 덮어 중국이나 인도의 석굴사원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석굴에 예술적으로 조각된 불상들을 배치한 곳은 세계에서 오직 석굴암뿐이다. 더구나 석굴암은 외국에 있는 대형 건축물이나 유산에 비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는 건축상의 특수성이 있다.
정교함과 화려함 때문에 찬사를 받고 있는 스페인의 아람브라 궁전에 사용된 조각품의 재료는 석고다. 석고판을 정교하게 찍어내어 천장이나 벽에 붙인 것으로 시공 기간도 고작 3, 4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의 캔터베리 대성당이나 파리의 노틀담 성당의 정교한 수많은 조각상을 보고 사람들이 경탄하지만 재료는 활석 다음으로 경도가 낮은 석회석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옷의 주름도 실제 사람이 옷을 입은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조각상의 재료도 대리석이다. 대리석은 석회석과 거의 같은 성분으로 다소 경도가 높을 뿐이다. 동남아 불상, 불탑의 정교한 인물상 조각을 보고 놀라는 사람도 많다. 겉보기에는 매우 단단한 돌처럼 보이지만 그 조각들은 대부분 진흙과 같은 재료로 만든 것이다. 미술 시간에 석고로 모형을 만들 듯 진흙으로 조각상을 정교하게 만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것이다.
이에 비해 석굴암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화강암은 경도가 높아 섬세한 조각을 하기 아주 힘든 재질임에도 석굴암의 모든 불상은 그야말로 완벽할 정도로 섬세하고 우아하다. 화강암은 장석, 운모, 석영 등 서로 다른 재료로 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결 때문에 쪼개지기 쉽다.
마무리 단계의 실수로 조그만 부분이 떨어져 나가도 어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험을 모두 숙지하고 숙련공들이 조각한 것이 석굴암이다. 다루기 매우 어려운 화강암으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제작 과정을 거쳐 완벽한 배율과 아름다움을 갖춘 석굴암. 그래서비록 규모는 작아도 세계 어느 문화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