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의 왕국'이란 다큐멘터리를 보면 탁 트인 스페이스에서 펼쳐지는 야생동물들의 자유로운 생활은 복잡 다양한 현대 물질문명과는 너무 대조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긴 하나의 궁금증은 인간들은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생명을 잃어 가는데 왜 동물들은 질병이 적은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동물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연 속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뛰고 움직인다. 치열한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생존과 직결되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신체활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의 뒤돌아보자. 자동화와 사무화의 부산물이 되어 버린 우리는 과연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신체 활동을 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선 빌딩숲 속에 푹 파묻혀 각종 스트레스와 시름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제 3세계인 사이버 공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니터 앞으로 끌어당겨 활동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사람은 신체구조상 항상 움직이도록 역학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라.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운동장을 보라. 한참 성장기에 처해 있는 우리
아이들이 뛰어 놀기엔 턱없이 비좁은 곳이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엔 과잉활동(hyper-activity)란 생리적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활동하고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선천적인 에너지 발산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우리 아이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교에서는 입시지상주의에 빠져 교실에 갇혀있고, 가정에서는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으며, 그것도 부족해 영어나 피아노 학원 등 각종 입시나 과외공부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른바 움직임 발산 욕구를 앗아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너무 연약하다. 체격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체력은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퇴화하고 있다. 아마 몇 년 후쯤엔 지금의
영어나 피아노, 컴퓨터 학원들이 스포츠 학원으로 바뀌어야 할지 모를 판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 비만도 커다란 사회문제이다. 우리의 문화와 사회구조가 그들로부터 움직임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았는가를 스스로 반성해봐야 한다.
잘못 가르치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체육의 더 큰 문제는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체육을 단순하게 놀이나 노는 시간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것은 큰 오산이요 위험한 발상이다. 체육은 놀이가 아니고 일반 주지교과와 마찬가지로 교육이다. 그것은 체육의 심동적, 인지적, 정의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영상을 통해 항상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서양인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들은 짧은 조깅복과 간편한 런닝화를 착용하고 항상 뛴다.
공원 안에서 깨끗한 공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뛴다. 이제 우리가 움직여야 할 차례이다. 그 출발은 바로 학교체육의 질적 정상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