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쓰려면 체험을 구성하는 사고력과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가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소설 쓰기는 창조 이전에 자기수련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점점 쉽고 가벼운 것만 좋아하는 세상에서 그 힘든 일을 택한 응모자들은, 그러므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 그 자체로 이미 보상을 받은 셈이다.
소설이 사고력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이야기(서사)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사건을 뼈대로 하기에 우선 사건 자체가 뜻이 있고 그럴듯하게 짜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많은 응모작들이 이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종생기Ⅱ' '겨울, 바람 속을 달리다' '주여사, 학교에 가다' 3편이다. '종생기Ⅱ'는 죽음을 택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졌으나, 그 내면적 사건의 원인이 빈약하고 사회적 의미가 적다. 표현도 좋은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다. '겨울,
바람 속을 달리다'는 감각적인 표현과 전개가 돋보인다. 그러나 역시 중심사건의 필연성이 약하다. 아버지의 행동에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딸의 성격과 외로움도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서 결말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여사, 학교에 가다'의 결말도 다소 허술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삽화를 적절히 배치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균형 잡힌 안목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아주 실감나게 읽힌다. 어떤 전망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독자가 현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상상의 공간을 재구성해 내고 있으므로 당선작으로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