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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학원을 보고 배우라니


사설이라면 그 신문의 공식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다. 민족정론지라고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학교는 학원을 배우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우선 이런 말이 나오도록 만든 학교 구성원의 하나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통감한다는 것을 먼저 말해둔다.

구차한 변명 같지만 사설의 내용을 그대로 묵과하기가 너무 답답해 몇 자 적어본다. 먼저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원에 비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가'라고 물었는데 교육책임자가 학교가 못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학교가 학원을 배우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인간성 함양을 통한 전인 교육과 민주 질서교육이 공교육의 목표라고 말하면서 교실에서는 그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학습능력 향상도 제대로 못시켜 학생들이 목말라하는 입시대비 정보를 학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며, 하루종일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기에 학생들이 졸린 눈으로 학원으로 달려가며, 우수한 학생을 더 우수하게, 뒤쳐진 학생을 보통수준으로도 이끌어주지 못하는 교육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덧붙여 '학교의 목적은 학생들 낮시간 때우는 것인가'하는 반문 속에 '학교무용론'을 폈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이런 교육을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이며 그저 가르치고 배우는 같은 일이라면 공교육의 권한을 민간에 넘기는 게 낫다고도 했다. 교육책임자는 전 재산을 바쳐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규제하지 말고 '학원을 배우자'는 캠페인의 선두에 서보라는 비아냥성의 글로 끝을 맺었다.

신문이 지적한 사항들이 지금 학교 현실임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학교교육 현장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이 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조선일보는 무엇을 어떻게 주장했던가를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의 정서를 무시하고 그저 능률만 제일이라는 서구식 경제논리로 교육을 몰아가며 많은 교육경륜을 가진 노교사들을 무차별 쫓아낼 때, 조선일보는 학교가 이렇게 될 것을 걱정했던가.

이 땅의 교사들이 다른 집단, 가령 신문기자나 행정관료 등보다 특별히 부패한 집단이 아닌데도 소수의 비교육적인 사례를 침소봉대해 교사들을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학부모와 교사를 이간시키고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만들 때, 조선일보는 무엇을 했던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원에서 교과과목을 익히는 행위를 과연 교육이라고 지칭할 수 있으며 수능점수에 맞는 대학을 찾기 위해 전국의 모든 대학의 학과를 섭렵하는 행위가 교육을 위한 정보제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나마 밤을 지새며 제자들의 이름표를 방바닥에 늘어놓고 대학에 맞추고 있는 고3 담임선생들은 무어란 말인가.

학문에 정열을 가진 자만이 대학 진학을 하고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불편 없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지도자들 때문에 모두가 대학을 가야하는 나라가 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학교는 신문이 말한 공교육의 목표를 위해 전념할 수도 없고 그 목표를 놔두고 입시를 위한 교과목 지도에만 몰두할 수도 없게 됐는데 이런 학교와 교사들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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