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한 학과에 대해 남녀신입생을 같이 모집하고 있다. 여학생모집이 중단된지 31년만의 일이다.
남녀를 한 교실에서 가르치기로 한 이유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학교의 폭력을 줄여보자는 의미도 있다. 물론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육 투자효율의 가치를 고려한 측면도 없지 않겠다.
지난해 교총이 중학교를 대상으로 남녀공학과 여자단성학교, 남자단성학교간 학업성적, 자아개념, 사회성을 비교하는 조사를 한바 있었는데 단성학교보다 공학 학생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에 대한 열의를 5점 척도(점수가 높을수록 열의 있음)로 답하게 한 결과 공학학생은 3.10점, 단성학생은 2.90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성적이 더 우수했다. 지필고사(선택형 필기시험) 성적은 서로 비슷하지만 수행평가(서술형 시험)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여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게 된다. 따라서 공학의 경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유리하다.
앞의 조사 결과 자신감이나 리더십도 공학의 여학생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아 존중감을 5점 척도(점수가 높을수록 불만 높음)로 평가했는데 여학교 학생이 2.82점으로 자신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고 공학남학생(2.76), 남학교 학생(2.73), 공학 여학생(2.66)순이었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공학에 더 잘 적응한다고 나타난 것이다.
여학생들이 단성학교보다 공학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것은 성취의욕이 강한 남학생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경쟁의식이 높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성의 사회진출에서도 나타난다.
그간 남성의 점유물처럼 되어있던 중화학, 건설, 토목 부문에도 여성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 얼마 전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한 기능인 최고의 자격증인 기능장 검정시험에서 기계가공분야에 응시해 최연소 최고득점으로 합격한 사람도 여성이었다. 그동안 이 분야는 남성들의 직종으로 인식돼왔던 만큼 여성이 도전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업고의 많은 중화학 분야 단성학교에 여학생 입학기회를 확대해 직업교육을 실시한다면 구직자와 구인자간의 모자람을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의 동반자로서 남녀평등요구에 부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