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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사의 역할


 2011년 12월 말 서울교육문화회관에 생활지도부장 협의회를 다녀왔다. 강지원 변호사의 간단한 특강이 있었다. 그는 소년담당검사를 거쳐 부장검사로, 소년원장에 이어 청소년보호위원장까지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청소년비행 최고 전문가다. 그가 우리 사회 범죄의 궁극적 원인을 상처(trauma)로 보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상처가 화(anger)로 표출되어 공격성(aggression)으로 나타나는데 외부를 향하게 되면 폭력, 절도 등의 범죄가 되고 이를 ‘넘어서’ 자기 안으로 향하게 되면 자살이 된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을 접근하는 방법은 자살을 방지하려는 노력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고 본다.

폭력과 자살의 행동 과정
폭력이란 더 이상 자존감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생기는 방어기제다.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를 보면 1998년 자살자 수가 19.9명에서 2008년 26명으로 증가했다. 2009년에는 31명에 이른다.
자살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강 변호사 말처럼 폭력과 자살이 같은 궤도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학교폭력이 왜 심각해지는지 쉽게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
강 변호사는 특강 중 치료의 해법을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 아이가 조사를 받는 도중 엉엉 울더라는 것이다. 당황해서 “내가 너를 나무라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라고 했더니 그 아이는 “아니에요. 검사님처럼 제 말을 이렇게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그 동안 단 한 명도 없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란다.

아이들 자존감 회복이 키워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성취(Everyone successful!)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과정 중심의 내실 있는 수행평가와 협동 프로젝트 수행평가, 학습스타일과 다중지능 기반의 수업 방법을 개발해야 하며 예체능 활동을 활성화해 표현의 기회를 갖도록 해서 스트레스나 분노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과후 학교에 예체능, 특기 과정을 30 % 이상 의무화하고 예체능 동아리 3실 이상 확보, 방음 장치된 예체능 합동 연습실 확보와 음악 및 헬스, 풍물, 난타 장비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예체능은 집중이수제보다 균형이수제로 해야 한다. 창체시간에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난타, 풍물 등에서 강사도 지원해야 한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줘 학급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고, 아이들과 휴대폰 문자를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 학급의 놀이문화 지원을 위해서는 학급비를 환경미화나 회식에 쓰기보다 학급별 운동기구 (농구공, 축구공), 놀이기구(오목판, 보드게임 등)를 구입하여 학급을 공동체 체험의 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는 청소년의 발달심리와 위기행동의 배경이 되는 게임중독, ADHD, 우울증에 대한 이해, 감정코칭, 대화(소통)법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위기학생들에게 부모 자녀 간 소통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교사에겐 권한 부여, 처벌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청소년폭력예방재단(2010년 조사, 2011년 보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8.1%의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내용별로 보면 신체폭행(25.8%), 집단 따돌림(21.2%), 괴롭힘(21.7%), 금품갈취(12.9%), 언어폭력(8.6%), 위협이나 협박(3.3%), 성적인 추행(3.2%),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한 욕설·협박·동영상촬영 피해(1.7%)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장난’(40.2%), ‘이유 없음’(23.1%), ‘오해와 갈등’(12.2%)이 주요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 없이, 장난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은 어른들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관동대 정신건강 전문의 김현수 교수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학생이 집에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당한 일로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누군가 부모와 비슷한 말을 하면 ‘순간 착각’이 일어나면서 욱하고 대들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처벌에 있어서도 강력한 처벌보다 신속하고 원칙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중요하다.
상이든 벌이든 원칙대로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효과가 크다. 신속하려면 간편하고 상시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학교규정에 따른 흡연은 출석정지까지, 기타 사안은 사회봉사까지 생활지도부장 전결로 위임 가능하도록 법률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의 결여다.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예방적 훈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훈화 이외의 영상이나 시각자료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학생들의 행위 결과가 자신의 미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는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징계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정확한 안내다.
또한 원칙에 따른 엄정한 징계가 되려면 규정에 대한 세부규칙을 정하고 홍보해야 한다. 규정이란 늘 애매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흡연의 경우 학칙이 강화됨에 따라 흡연 여부를 현장에서 적발하기도 어렵고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도 드물다. 따라서 흡연물품 소지만으로도 혹은 화장실 한 칸에 학생 두 명이 있는 것을 흡연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학교폭력 근절은 단기처방으로 안돼
학교폭력은 단기처방으로는 절대 근절할 수 없다. 남을 향한 폭력을 강제로 막으면 자신을 향한 폭력, 곧 자살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청소년 범죄 전반에 대한 긴 안목을 갖기 위해선 최소 3년 기한의 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스토리가 담긴 학교폭력예방 매뉴얼을 만들어 교사와 학부모가 늘 곁에 두고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폭력이나 학생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역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회복적인 협의체(Restorative Circle)운영도 필요하다. 올해 새로 배치된 학교지원경찰관, 학교담당경찰, 지역아동센터, 위센터, 청소년수련관, 수련원관계자, 대안학교 관계자 등과 협의체를 구축해 지역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가 제대로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교사가 중심을 잡고 관련 당사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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