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다른 사람들과 어렵지 않게 지내던 A씨, 하지만 언젠가부터 너무 서둘다 실수가 잦아지고 타인과의 다툼이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 가끔씩 우울한 기분에 눈물까지 나는 바람에 사회생활이 쉽지 않아졌다. 주위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한 A 씨의 병명은 조울증. 단순히 우울한 기분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과의 다툼이 조울증 때문이라는 설명에 놀라고 만다.
특별한 증세 없는 조울증 보통 우울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감기’로 알려져 있지만 조울증은 특별한 증세가 아니고는 발견하기 어렵다. 조울증은 우울증과 같은 종류의 기분장애이지만, 우울증에는 드러나지 않는 조증(잠을 거의 안자고 수백만 원어치 쇼핑을 하거나 쉽게 싸우고 흥분하는 경우), 또는 경조증 삽화(Hypomanic episode)가 나타나는 질병이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는 병으로 알려졌다.
보통 조울증은 우울증과 조증이 동반되는 1형 양극성장애, 우울증과 경조증이 동반되는 2형 양극성장애로 나뉜다. 특히 조증을 포함하는 1형 양극성장애의 경우 말할 때 목소리가 커서 상대방과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울 때가 많다. 또 비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으로 심한 경우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망상이나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언장담을 넘어 사기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져,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판단 능력이 부족해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일으킨다. 더욱이 충동조절에 문제가 발생해 타인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어 사회적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초기진단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워 2형 양극성장애는 경조증 증세가 나타나 1형보다는 그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이 때문에 발견이 어려워 그만큼 치료가 힘들다. 이 역시 반복되다보면 직장생활이나 가족관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자살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자 스스로 자신이 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다가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조울증을 진단받는 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될 만큼 초기진단이 어렵다.
이러한 조울증, 즉 양극성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다. 특히 인구의 1%, 즉 100명 중 1명은 경험할 수 있으며, 유명인들 중에도 조울증으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예술가들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조기진단이 어렵고 질환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치료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양극성장애를 단순히 히스테리 증세로 보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치료를 요한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물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생활습관 중요 조울증의 원인은 유전이나 심리적 요인, 대인관계나 경제상황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망상이나 환각,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증세가 다양한 만큼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조울증 위험이 높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긍정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즐거움을 찾거나 사회활동을 통해 대인관계를 지속하고 힘든 일이나 생각을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와 자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하면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지속하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것 역시 좋다. 또 과도한 음주, 흡연을 자제하고 습관성 약물복용과 낮잠 역시 피해야 한다.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