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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학생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을 바라보는 교육을 위하여

학창 시절 우리는 주변에서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거야”, “나는 문과 체질이라 수학은 안 맞아”와 같은 말을 쉽게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그것이 학생을 규정하는 표현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못했다. 특히 ‘수포자’라는 단어는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익숙한 표현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사회학에서 낙인효과를 배우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수포자는 정말 수학을 못하는 학생일까, 아니면 수학을 못한다고 규정된 학생일까?

 

 

사람들은 수포자가 되는 이유를 개인의 능력과 끈기 부족에서 찾는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돌아보면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 교사의 낮아진 기대, 부모의 실망, 친구들과의 비교가 반복되면서 학생은 점차 자신을 ‘수학 못하는 학생’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수학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이다. 학생은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한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도전을 꺼리게 된다. 이는 학습량의 저하로 이어지고 성적이 하락하면서 낙인이 현실이 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수학을 포기했던 학생은 거의 없었다. 특정 단원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시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며 자신감을 잃었고, 결국 스스로를 ‘수학과 맞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며 수학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 과정에서 교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수학보다는 다른 과목에 집중해 보자”라고 말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는 것이다.

 

반면 성적이 낮았던 학생이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는 문제들을 접하며 성공 경험을 쌓고, 주변으로부터 꾸준한 격려를 받았을 때 성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 친구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수학 성취가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기대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학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 돌아보면,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순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신을 수포자로 규정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기 시작하면 학습은 더 이상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실패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낙인효과는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학교는 학생을 성적에 따라 분류하는 공간이 아닌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현재 수준은 평가할 수 있지만, 미래 가능성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수포자’라는 표현은 무심코 사용되고 있지만 학생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강력한 낙인이 될 수 있다.

 

수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물론 학생마다 수학적 능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학생을 수포자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능력보다 반복적으로 부여되는 낙인과 그 낙인의 내면화일 수 있다. 교육은 학생의 한계를 규정하는 일이 아닌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에 따른 구분이 아닌,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 교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자들은 학생의 현재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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