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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전문성 계발의 조력자, 코치

미국 학교에는 한국에는 없는 ‘교사 코치’가 있다. 각 학교, 주(州)에 따라 전임제 코치가 교사를 돕는 경우도 있고, 파트타임으로 학교를 방문하여 교수과정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코치를 고용하여 교사들이 새로운 정책적 변화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치는 평가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시선으로 교사를 바라보고 교사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니퍼, 제가 보기엔 맨 뒷줄에 앉아 있는 피터와 엘리는 당신이 얘기하는 걸 잘 못 듣는 것 같았어요. 왜 그럴까요?”
“아, 그랬나요? 피터와 엘리는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친구들이라 맨 뒷자리에 앉는데…. 아마도 제가 주로 앞쪽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인 것 같군요.”
“그래요, 제니퍼 그렇다면 다음 시간엔 수업 중 공간사용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지미. 그렇게 해준다면 수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네. 우리 그럼 다음 주엔 수업 중 공간 사용 대해서 얘기해 봐요. 당신의 동선을 기록해 볼게요.”

코치 중인 지미 코치와 교사 제니퍼. 사진=미국 교사 및 코치 연수용 자료 DVD
이 대화는 전미(全美) 교사 및 코치 연수용 자료로 제작된 DVD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LA에서 수학교사로 6년, 수학교사 코치로 5년을 근무한 지미의 실제 코치 모습을 담아 제작했다.
지미는 유능한 수학교사였다.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만큼 그는 매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했고, 그의 수업 시간은 늘 활기가 넘쳤다. 지미가 LA의 공립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막 6년에 접어들 무렵 시 교육구 코치 담당 코디네이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LA 교육구 수학코치로 영입하고 싶다며 의향을 묻는 전화였다. 원칙적으로 코치제도는 교사 평가나 승진과는 별개로 운영되지만 코치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차후 교감·교장으로 추천받아 임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행정과 리더십에 관해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필두로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학교장의 추천, 개인의 의사, 그리고 자질 검증을 거쳐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교사는 8일간의 집중연수에 들어가게 된다. 합숙 훈련으로 이루어진 코치 연수는 코치 이론에 대한 수업과 실제 코치 실습 등으로 구성되어 타이트하게 이루어지는 데, 지미는 그가 이 기간 동안 받았던 코치 연수를 생애 최고의 학습 기간이었다고 회상했다. 8일간의 기초 집중연수 이후 코치를 위한 연수는 계속된다.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을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사의 인지능력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 인지코치의 기본 전제임을 감안할 때, 교사의 인지능력 향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코치들이 우선적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지코치1)의 기본 전제를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각과 인식이 행동을 좌우한다. 둘째, 가르치는 일은 계속적인 의사결정을 수반한다. 셋째,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인간의 지각은 계속해서 성장한다. 곧 코치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사들을 능동적인 학습자이자 비판적 사고자로 변화시켜 실제 교수·학습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는 것이다.

물론 코치제도는 그 속성상 장기적인 시각에서 학교 구성원과 코치 간의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에 조급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동시에 코치의 궁극적인 역할은 학교 구성원들의 역량을 신장시키고 구성원 간에 상호 협력 코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코치 기간이 종료되어도 수업개선을 위한 교사의 배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동료 교사 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상호 코치가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개별 교사 스스로도 자신의 교수과정을 객관화하여 분석·개선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배양해 주는 것이다.

미국 공립학교 코치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나, 그 단초는 이미 1970년대에 시작되었고, 체계화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인지 코칭(Cognitive Coaching)>(2002) 저자이자 인지코칭의 창시자인 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코스타 교수와 감스톤 교수는 인지코칭을 실용적 이상주의자들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모든 교사가 능동적 학습자가 되어 모든 학생을 능동적 학습자로 교육하는 것은 교육의 이상이자 인지코칭의 핵심 목표임과 동시에 실질적인 학업 성취도 향상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칭 과정에서 코치는 단순히 교사에게 좋은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교사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개선하고 새로운 교수방법을 효과적으로 도입·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앞서 제시한 지미와 제니퍼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 코치는 평가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시선으로 교사를 바라보고 교사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교사와 코치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는 대외비(confidential)로 붙여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교사평가와의 철저하게 분리한 것도 코치제가 명목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오로지 교사를 지원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특정 교사가 코치와의 만남이 있는지 여부 및 대화 횟수도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를 받고자 하는 교사는 수업시간 전, 점심시간, 혹은 방과 후에 따로 시간을 내야하며, 모든 코치는 교사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코치와 교사들 간 신뢰도 구축이 코치제도 성공에 관건이 된다. 또한 교사 입장에서는 과외 시간을 떼어 코치를 만나야 하고 자신의 수업을 타인의 관찰과 조언에 따라 재평가해야 하는 만큼 수업 개선에 대한 의지와 함께 교수방법 혁신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성 신장은 모든 전문직 종사자의 열망이자 의무이지만, 자신의 전문 영역을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평가하여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코치의 개별적 인간관계 능력, 대화기술, 그리고 개별학교의 분위기도 코치제도 성공에 주요한 변인이 된다. 이에 교육구에서는 코치를 위한 코치를 두는 한편, 지속적으로 코치 연수를 받도록 하여 코치가 자신의 코치방법을 점검하고 신장시켜 성공적으로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코치제도가 주로 읽기와 수학, 과학 등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법) 도입 이후 이 법이 강조하는 대규모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코치제의 큰 동력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코치제도는 교사의 인지방식과 능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장시간의 노력과 투자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또한 개별 교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정확한 이해 없이 교수방법에 대한 표면적 변화만으로 근본적인 교육혁신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교과별 코치방법 및 코치 연수프로그램 개발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부시 행정부의 NCLB의 등장과 함께 특정 교과에 대한 코치제도가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은,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부의 등장과 함께 그 지원이 대폭 감소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교육에 대한 안정적이고도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쉽지 않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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