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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제3학기’?

중국 학생들은 오히려 방학에 평소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이른바 ‘제3학기’라고 불리는 엄청난 양의 보충수업 및 예습을 위한 학원 수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에는 국경일로 인한 휴가가 별로 없다. 중국인들이 쉴 수 있는 연휴는 우리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지에(春節), 5월 1일 노동절 연휴, 10월 1일 국경절 연휴가 고작이다.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 때맞추어 시작되는 방학은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중국의 방학 역시 크게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으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으로 겨울방학은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1개월 남짓, 여름방학은 7월 초에서 8월말까지 약 50일 동안 실시된다.

방학을 이용한 사교육 열풍 거세
일반적으로 기말시험이 끝나고 7월 초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은 중국학생들이 정말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다. 매년 이 시기가 다가오면 학생들은 방학 동안에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중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 같은 방학에 대한 환상은 실제로 방학이 시작되면서 깨어지기 마련이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이른바 ‘제3학기’라고 불리는 엄청난 양의 보충수업 및 예습을 위한 학원 수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평상시에는 중국 학생들이 과외를 받거나 보충수업을 하기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수업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영어, 바이올린, 서예, 태권도, 수영 등을 배우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국 학부모들에게 방학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동안 못했던 보충학습을 시키기 위한 좋은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학부모들의 방학 중 보충학습에 대한 열의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사회에 만연된 과도한 학습열이 그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중국 사회의 현실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방학동안 학생들이 여가 즐길 곳 없어
첫째, 중국에서는 방학이 되면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학교를 방문하면서 종종 느끼게 되는 것은 중국인들은 정말로 근무시간을 잘 지키는구나 하는 것으로, 초·중·고·대학 어느 곳을 가서 보더라도 이들은 규정된 시간 외의 근무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대부분 학교의 경우 공식 점심시간인 12시부터 2시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업무를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11시 30분 쯤 일을 마치고, 2시 30분이나 되어야 업무를 시작하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은 방학 중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방학이 되면 교사만 쉬는 게 아니라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하는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교직원들도 같이 쉰다. 때문에 방학 중에는 도서관도, 교실도, 운동장도 개방이 되지 않는다. 특히 초·중·고의 경우 평소에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학교를 쉽게 드나들 수 없는 현실에서 방학 중에는 학교가 완전히 폐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인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방학 중에 학교에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고, 설령 학교에 간다고 하더라도 학교 시설물들을 이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원 수업을 듣는 것 외에는 마땅히 공부할 장소가 없고 이는 학원으로 학생들을 이끄는 원인이 된다.

둘째, 방학동안 학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마땅한 오락시설이 없다. 중국 학생들이 방학이 되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막상 방학이 되고 학생들이 여가생활을 하려고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아직까지도 학생들이 쉽게 찾아가서 휴식하고 쉴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부족하다.

역사가 있는 지역이나 대도시의 경우 공원이나 동물원, 식물원 등이 사계절 개방이 되고는 있으나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물론 방학이 되면 다양한 캠프가 꾸려져 학생들의 방학생활을 도우려는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학생들의 안전이라는 문제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집에서 컴퓨터와 하루 종일 씨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이는 중국 학부모들의 걱정거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학부모들은 이러한 걱정을 떨치기 위해 자녀들을 학원으로 돌리고 있다.

새 학년 준비에 바쁜 여름방학
셋째, 대부분의 중국 학부모들이 맞벌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있다. 중국의 경우 대부분이 맞벌이를 해야만 생활할 수 있다. 중국의 학교가 하교시간을 저녁까지 늦추고 있는 이유도 알고 보면 이러한 맞벌이 부부가 많은 중국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방학을 하여 집에 있게 되면 학부모들은 이들의 안전문제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만 홀로 집에 두고 부모는 직장에 나가야 되는 상황에서 집에 홀로 있는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일부 가정에서는 학생들의 친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외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이들을 돌보아주고는 있으나 대부분은 이러한 형편이 되지 못하여 이들을 집에 홀로 놔둘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유로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여름방학이 새로운 학년을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라는 데 있다. 우리와는 달리 9월부터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중국에서는 여름방학이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거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경우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으로 다음 과정에 대한 예습을 필요로 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평상시에는 주말밖에는 시간이 없어 과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여름방학이라는 2개월의 긴 시간은 이들에게 새로운 공부를 준비하기에 적당한 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아예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다음과정을 위한 예습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이러한 시기를 노린 학원들의 광고가 길에 즐비하고, 유명한 학원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를 해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다음 과정 예비반의 수강 열기는 매우 뜨겁다.

엄청난 방학 과제에 시달리는 학생들
중국 여름방학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방학 과제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으로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학교 과제 등을 통한 공부 외에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각 급 학교는 평소에도 과제를 많이 내기로 유명하다. 학교에서 매일같이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을 과제로 내주는데, 평소에도 적게는 1~2시간씩 해야 완성할 수 있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아직까지도 교수·학습방법에 있어 학생들의 창의력 및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방법보다는 전통적인 암기를 위주로 하는 교수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제 역시, 문제를 풀고, 문장을 암기하는 것을 위주로 낸다. 이러한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방학이 되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과제를 내준다.

그림 그리기, 붓글씨 쓰기부터 시작하여 중국의 전통 시 외우기, 영어 외우기, 수학문제 풀기 등 여러 가지 과제들이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학생들은 이러한 과중한 과제 해결을 위해 방학을 꼬박 보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방학숙제의 문제점은 단지 과제를 위한 과제라는데 문제가 있다. 방학이 끝나면서 간혹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에서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쉬지도 못하고 엄청난 양의 과제를 해가는 데 반해 교사들은 그 과제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과제물을 폐휴지로 파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서 볼 수 있듯이 학교에서는 그저 과제를 위한 많은 방학과제를 부여하고, 학생들은 방학과제와 더불어 학원 수업으로 방학을 모두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방학의 새로운 풍속도, 해외연수
하지만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학 보내기의 흐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해외연수 열풍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부유층 자녀들이 방학을 보내는 모습이긴 하지만, 이는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으며, 중국 초중고의 새로운 방학 풍속도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출국열(出國熱)로 불리는 학생들의 방학 중 해외연수는 최근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작년의 경우 그 전해보다 3배가량 늘어난 학생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는 비공식적인 통계가 있을 정도로 이제 중국에서는 초·중·고생들의 방학 중 해외연수가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자립심과 타인과의 교제 능력 향상과 더불어 교육방식에 있어서의 다원화 경향 때문이다.

여름방학에는 고입시험과 대입시험이 끝나는 시점으로 부유한 학부모들은 이들에게 휴식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전통적으로 방학 동안에 해왔던 과외나 기타 학원교습의 교육방식에 대한 불만족도 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자녀들을 해외에 유학시키기 위한 예비단계로 방학 중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영어감각과 외국에 대한 문화를 익히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중국 학부모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학을 보내는 방법 외에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고, 언어를 학습하는 일이 초등학교까지 내려오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몇 년 후에는 매년 방학이 되면 유럽의 명승지나, 미국의 학교에는 한국 학생들과 더불어 중국 학생들로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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