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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문 연 '야간학원' 논란

일본에서 학생들의 입시대책과 학력신장을 위해 대형학원들의 손을 빌리는 공립학교가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학력향상을 목표로 학습을 위한 학원과 공립 초·중학교의 연계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오고 있는데 평등이 중시되는 공교육에 경쟁으로 승부하는 학원의 힘을 빌리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일본 교육현장에서도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수업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배움의 장소인 학원으로 저마다 발길을 재촉한다. 언제부터인가 학원은 학생들의 야간 학교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학생들이 학원을 찾는다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학교 공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심화를 위해서, 공부가 떨어지는 학생들은 보강을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제는 굳이 방과 후에 학교 외부의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학원 수강이 가능한 곳이 생겨나고 있다. 동경도 스기나미구의 한 구립중학교 교실에서 ‘야간학원’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도교육위원회로부터의 지도로 시작을 목전에 두고 일시 연기가 되었지만 구교육위원회의 반론 답신으로 지적한 내용들이 해결되었다고 판단되어 최종적으로 용인된 것이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학력향상을 목표로 학습을 위한 학원과 공립 초·중학교의 연계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오고 있으나 한계점도 적지 않다. 특히 평등이 중시되는 공교육의 세계에 경쟁으로 승부하는 학원의 힘을 빌리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일본 교육현장에서도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스기나미구교위에서 세운 계획을 보면 평일 주 3회 오후 7시부터 특정 진학학원이 2학년 학생들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상위층을 늘리는 일에 공립학교의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학교 교사에게 무엇이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학원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라고 와다중학교 교장은 말한다. 학교를 지원하는 자원봉사단체인 지역본부 주최라는 형태로 수강료는 보통의 반액 정도이고, 사용되는 교재 작성에 학교 측의 의견도 수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 도교육위원회가 구교육위원회의 계획에 반대한 이유는 첫째, 입실 테스트와 유료제가 기회균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둘째 사설 학원에 학교 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공립학교의 비영리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셋째 겸업금지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교재의 개발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세 가지를 문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와다중학교와 스기나미구교위는 ▲보습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전교생에 배려를 하고 있고 ▲수업 1시간당 500엔으로 수업료가 싸며, ▲학원 측에는 거의 이익이 없고, ▲교사에게도 이익은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에서도 이 학교 교장은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비판하지 않으면서 상위층 학생들이 더욱더 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하면 ‘공평성’이라든지 ‘평등’이라는 말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스기나미구 외에도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 공영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아오모리현 시모기타 반도에 있는 히가시도리 마을 소재 3개 촌립 중학교에서는 겨울 방학을 이용한 특별 강습을 2005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계기는 이 마을에 진출해 있던 사설 학원이 학생들의 학원 수강률이 수도권 지역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문을 닫게 되자 지역 차원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도시와 같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공영학원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수업은 3학년의 경우 수요일 밤 3시간과 토요일 3시간 30분을 학원 강사가 학교로 와서 가르친다. 중학교측은 수요일 부활동을 쉬면서 협력하고 있다. 당초는 3학년을 중심으로 2개 교과만 실시했으나 2006년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여 5개 교과로 확대하였으며 초등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동경에서는 몇 개의 구에서 학교와 학원의 연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나토구에 있는 전체 10개 중학교에서 토요일 실시되는 강좌에는 약 70%의 학생이 참가하고 있는데 주된 학습은 복습으로 기초, 기본의 정착이 목적이라고 한다. 이와는 좀 다르게 고토구의 구립 초·중학교에서는 평일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원 강사가 함께 가르치기도 한다.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전국학습학원협회는 외부의 도움으로 학교 수업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좀 더 자세하게 가르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사실 이러한 동향에 도교위가 반대해 오지 않았으나 와다중학교에 유예를 지시하게 된 것은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감이 있으며 학원의 영업활동에 학교가 그대로 편승했다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경을 비롯한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 학교와 학원의 연계가 활발한 곳도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기미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유의 하나는 학교 측에 뿌리내리고 있는 학원에 대한 불신감을 들 수 있다. 미나토구립 중학교에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와세다 아카데미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교사로부터의 저항감이 강했다고 한다. “학교와 같은 내용으로 가르칠 바에는 무엇 때문에 학원에 부탁하겠는가”라며 비판을 받거나 학교의 진도를 추월하지 말라는 요구도 있다는 것이다.

동경의 경우는 사립학교에 대한 대항책이라는 사정도 놓칠 수 없다. 치요다구립 중고일관교인 구단중등교육학교에서는 토요일에 전교생이 참여하는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사립학교는 토요일도 수업하는 곳이 많아서 중·고 6년 동안의 토요일 시간을 계산하면 막대한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5일제 수업인 공립학교는 정규 수업을 할 수 없어서 학원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일련의 공영학원은 근본적으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것이다. 동경 미나토구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5300만 엔이나 된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미나토구 시찰을 위해 방문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자기 지역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한숨만 쉬고 돌아가는 상황이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아오모리현 히가시도리 마을 공영학원의 경우 수업료는 중학교 3학년인 경우 1000엔이다. 사설 학원에 다니면 약 1만5000엔이 드는데 차액은 지역 마을이 부담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인구 76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관계로 그 세수로 운영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스기나미구의 와다중학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학교 내에서의 야간 학원 운영에 보호자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보내야 하는 학원이고 조건이 비슷하다면 수강료가 현저히 싼 학교 내 야간 학원이 훨씬 낫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관리 당국인 도교위에서 바라보는 시각에는 그러한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어떠한 형태로든 공립학교 내에 학원이 설치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일본은 행정 및 교육에 있어서 지역별로 차이가 많고 자율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예산을 비롯한 여러 조건으로 인해 야간 학원과 같은 공영학원이 얼마만큼 일반화될지는 의문이다. 공영학원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에서 향후 어떠한 가시적 성과 내지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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