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S가 입학하던 날 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가시더니 S의 어머니가 날마다 한두번씩 꼭꼭 전화를 하셨다.
"오늘 우리 아이 별일 없었나요?"
날이 갈수록 별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종합장을 다 찢는 날, 색연필 12개의 종이를 벗겨 도막도막 자르는 날, 가위로 아무거나 다 오린 날….
어느 날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갔다 왔더니 그 사이에 아이들의 책 몇 장씩을 모두 찢어놔서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달래며 테이프로 정신 없이 조각그림 맞추는 선수가 돼야 했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숨바꼭질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S를 찾아가면 개미집을 헤집고 있기가 일쑤였다. 손이 온통 흙투성이라 데려가 손을 씻기고 교실에 앉혀놓으면 어느새 또 사라져버린다. S와의 숨바꼭질에서 나는 항상 술래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S는 꼭 물이 고인 웅덩이로 간다.
"선생님 제 신발이 없어졌어요."
다른 아이들의 신고로 찾아보면 영락없이 S가 신고 나가서 물웅덩이에 빠뜨려 놀고 있다. 흙탕물로 엉망이 된 양말과 신발을 가져다가 그날은 빨래터 아낙네가 돼야 한다. 다른 아이의 신발을 신고 갈 때마다 신발과 신발장에 써있는 S의 이름을 몇 번이나 알려줬는데 그때마다 S는 듣는지 마는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선생님, 신발이 없어졌어요."
이번에는 S가 신고를 했다. 나가서 찾아보니 신발장에 신발이 여러 켤레 놓여 있는데 정말 S의 신발은 없었다. 참 신기했다. 다른 때 같으면 아무 신발이나 신고 나갔을 텐데 이제 자신의 신발을 알아보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요즘은 시간이 갈수록 다른 아이처럼 의젓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하면서 오늘도 S가 슬그머니 다가온다.
"엄마?"했더니 "히히, 선생님"하면서 내게 엉겨붙어 침을 다 묻히며 볼에 뽀뽀를 한다. 나도 웃으며 엉덩이를 토닥거리고는 "S는 예뻐"하고 볼에 뽀뽀해줬더니 히죽이 웃으며 하는 말, "아이, 징그러워."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한 줌에 S의 천진난만한 얼굴은 눈이 부시도록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