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신발이 없어졌어요
처음 S가 입학하던 날 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가시더니 S의 어머니가 날마다 한두번씩 꼭꼭 전화를 하셨다. "오늘 우리 아이 별일 없었나요?" 날이 갈수록 별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종합장을 다 찢는 날, 색연필 12개의 종이를 벗겨 도막도막 자르는 날, 가위로 아무거나 다 오린 날…. 어느 날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갔다 왔더니 그 사이에 아이들의 책 몇 장씩을 모두 찢어놔서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달래며 테이프로 정신 없이 조각그림 맞추는 선수가 돼야 했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숨바꼭질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S를 찾아가면 개미집을 헤집고 있기가 일쑤였다. 손이 온통 흙투성이라 데려가 손을 씻기고 교실에 앉혀놓으면 어느새 또 사라져버린다. S와의 숨바꼭질에서 나는 항상 술래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S는 꼭 물이 고인 웅덩이로 간다. "선생님 제 신발이 없어졌어요." 다른 아이들의 신고로 찾아보면 영락없이 S가 신고 나가서 물웅덩이에 빠뜨려 놀고 있다. 흙탕물로 엉망이 된 양말과 신발을 가져다가 그날은 빨래터 아낙네가 돼야 한다. 다른 아이의 신발을 신고 갈 때마다 신발과 신발장에 써있는 S의 이름을 몇
- 지수경 대전 삼육초 교사
- 2003-10-09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