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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책임

우리나라에서는 위증, 무고, 사기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며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대표적 범죄는 사기’라는 인식이 있다는 지난해 발표는 아직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과연 정직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난 반세기 간의 혼란했던 사회, 가정교육의 부실, 학교교육의 미흡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 사회구성원들의 교육을 담당한 교육자들도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우리 사회

지난해 법무부장관이 어느 조찬 모임의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범죄 실태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를 인용해 유명 일간지의 칼럼니스트가 전한 내용이 아직도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이 칼럼이 전한 바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대표 범죄는 위증, 무고, 사기 세 가지이며, 인구 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로도 2003년 우리나라의 위증은 일본의 16배, 무고는 39배, 사기는 26배나 많았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의 인구가 우리의 3배 가까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위증, 무고, 사기 건수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런 위증, 무고, 사기의 공통분모는 ‘거짓말’이며, 한마디로 우리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는 국민이라는 것이다.
강연에서 그 법무부장관은 “검찰 업무의 70%가 이 세 가지 범죄를 처리하는 데 써야 한다”고 했다. 또 “피의자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사기 사범의 경우 기소율이 19.5%이고, 위증이 29%, 무고가 43.1%”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대표 범죄가 ‘사기’라는 인식이 있다”며 “최근 진행된 큰 의혹사건에서도 보듯이 ‘거짓말’이 너무 횡행하는 것을 개탄했다”고 전했다.
어찌해서 우리는 거짓말쟁이가 이렇게 들끓는 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을까. 그 원인과 책임으로는 지난 반세기 간의 혼란했던 사회, 가정교육의 부실, 학교교육의 미흡 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다. 빈곤·정치적 혼란·이념적 갈등·급격한 산업화 등에 따른 사회적 대변혁을 거치면서 무엇보다 우선 먹고 살아야 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할 만큼 현실은 각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학교교육도 일반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했고, 중요한 도덕교육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학력만능주의에 밀려서 소홀히 다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핵가족화와 물질만능주의 풍조에 밀려 가장 중요한 가정교육도 인성교육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해방 이후의 혼란기에 청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우리 세대보다, 경제가 호전된 이후에 자란 젊은 세대가 더 착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안정된 사회에서 자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체로 더 순수하고 정직하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과 남을 속이는 것이 모든 인간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비난받아야 하는가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살만한 사회 또는 평화로운 사회란, 그 구성원이 정직하고 남을 거짓말로 속이려고 하지 않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든 국민, 특히 우리 교육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열거한 이유들 중에서도 그간 교육에 종사했던 우리들의 책임이 어느 다른 원인보다 더 무겁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간 신뢰도가 경제 발전 좌우

1992년에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이라는 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교수는 1995년에 <신뢰: 사회적 미덕과 번영의 창조(Trust: The Social Virtues and the Creation of Prosperity)>라는 책에서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는 데 ‘사회적 미덕’으로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 나라와 민족의 예를 들어가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그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깊을수록 사회 조직의 형성이 쉽고 활발해지며, 보다 큰 자본의 형성도 원활해져 결국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믿지 못하는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적·경제적 조직과 협력이 어렵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 큰 자본의 형성도 어려우며, 또한 그 규모도 자연히 작아지기 마련이란 것이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 수준이 경제적 번영 달성에서 차등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와 같은 사화구성원 간의 신뢰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자동적인 사교성(spontaneous sociability)’이라는 국민의 건전한 자질(장점)로 보면서, 독일·미국·일본 등이 세계의 주도적인 경제대국이 된 것도 이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사회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많으면 경제적 거래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그 사회의 경제활동의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켜 그 사회의 경제적 번영에 공헌하게 된다고 한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공장에서 시작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군살 없는 생산방식(lean manu facturing)’을 모방한 미국의 자동차공장은 별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그는 그 이유가 일본 노동자들의 상호 간 신뢰관계, 즉 쉽게 따를 수 없는 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관계를 사회·경제적 발전의 중요 요인으로 보는 그의 견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직한 사회 만들기위해 노력하자

우리가 채택한 시장경제체제는 자유로운 계약으로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준수해가며, 사유재산권을 지켜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정직하지 못하고 남을 속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사회구성원 간에 신뢰가 두터워지기를 바랄 수 없음은 물론이다. 특히 근래에 채권자와 채무자에 대치(代置)해서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가르는 풍조는 도덕 불감증을 조장시킬 뿐만 아니라 거래상대를 불신케 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
시민 상호 간의 신뢰가 두터운 사회에서는 계약내용이 잘 준수되며 거짓말로 상대를 기만하는 것을 무엇보다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문화가 정착하게 마련이다. 우리들의 경제활동이란 사회생활의 중요 부분을 나타내며, 그 사회를 형성하는 다양한 기준·규칙·도덕적 의무 그리고 이들 이외의 관습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후쿠야마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경제생활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어떤 국민의 복지 및 다른 국민과의 경쟁력(결국 국제경쟁력)은 그 사회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문화적 특징, 즉 그 사회의 고유한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문화, 환언하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가 그 민족이나 국가의 ‘달성 가능한 번영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 만났던 법조계의 한 사람은 지루한 소송절차를 거쳐 승소하고도, 상대방의 간교한 술책으로 인해 자기의 채권을 실현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실정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도 태연한 사람이 많은 우리 사회를,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사회로 도약·발전시키려면 정직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선 우리 교육계부터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의 부끄러운 거짓말 문화는 모두가 갈망하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회와 가정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우리 교육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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