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 문원희 선생님 댁인가요? 고성 하이초등학교 계실 때 4학년 담임 맡으셨지요? 혹시 그때 성욱이 학생 기억하시는지요?"
나는 낯선 중년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
"아! 성욱이."
기관지가 좋지 않아 늘 기침을 하고 콧물을 달고 다녔지만 나의 작은 칭찬에도 얼굴까지 빨개지던 귀엽고 착한 아이였다.
"어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까지 하셨습니까?"
"아이고, 반가워라. 선생님은 건강하십니까?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전해드릴 물건도 있고 해서요."
"전해줄 물건이라니요?"
"손수건 말입니다."
고성의 바다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어느 날, 성욱이는 그날도 콜록거리며 콧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침에 늦어 서두르는 바람에 수건도 매고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수업시간 내내 콧물을 흘리고 콜록거렸다. 작고 약한 어깨가 기침에 들썩이는 것을 보던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한 장 내어서 성욱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성욱아, 다음부터는 지각해도 좋으니 목에 매는 수건은 꼭 챙기거라."
성욱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가 매어준 그 손수건을 돌려주고 싶어 경남교육청 스승찾기 사이트에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성욱이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는데 한번 뵙고 싶어한다고 했다.
13년 전의 그 손수건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다니. 소중히 빨아서 13년간 장롱 속에 두고 있다가 주인을 찾아주는 그 어머니의 작지만 아름다운 정성이 나의 가슴에 작은 감동을 일게 했다.
다음날,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군인 한 명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작고 여위기만 해서 품속에 소중히 안아줘야 했던 그 아이가 이제는 내 키를 훌쩍 넘기는 건장한 청년이 되어 빛바랜 손수건을 들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불신과 말못할 오해로 얼룩지고 있는 요즘 현실을 생각할 때 그 어머니와 아이의 정성이 너무나 가슴 벅차게 밀려오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