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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개똥쑥이 다이아몬드였다

 한·중·일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멀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노벨상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그 기회가 오겠지만 한·중·일 3개국 중에서 한국만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제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투유유 중국 중의학연구원 교수가 선정돼 중국은 58년 만에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배출하게 됐다. 이같은 현실을 보면서 우리가 학문분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오무라 사토시 기타자토대 명예교수가 투유유 교수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고, 어제는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과학 분야 수상자를 21명으로 늘렸다. 일본은 2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쥔 데다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지금 일본 방송은 이 사실을 방송하는데 시간을 배려하고 있으며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동아시아에서 한국만 노벨상을 받지 못한 데 대해 국내 과학자들은 단기 실적 위주인 쉬운 연구에만 치중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한다.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성공률이 낮고 실패가 반복되는 창조적 연구에 오랜 시간 매달려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쉬운 연구만 골라서 한다니 그럴만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과제 성공률이 98%에 이른다는 게 그 증거다. 서울대 공대는 최근 백서에서 홈런이 아니라 번트만 쳤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한국은 쉬운 연구마저 '문어발식'으로 진행한다. 동시다발로 과제를 진행해야 연구비 지원이 끊기지 않는다는 핑계를 댄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한다. 오랫동안 실패를 반복한 끝에 탁월한 성과를 낸다.

투유유 교수는 5년 동안 190번이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코드가 191번이 된 것이다. 오무라 교수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시도한 것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은 학벌 위주인 권위주의적 연구 문화도 걸림돌이다. 유학을 다녀오거나 명문대를 나와야 대접을 받는다. 젊은 연구자들은 학계에서 권력을 쥔 교수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박사 학위나 명문대 졸업장이 없어도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학사 학위밖에 없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 13명 중 6명을 배출한 곳은 최고 명문인 도쿄대나 교토대가 아니라 지방 국립대인 나고야대학이다. 이 학교에서 제자 2명을 노벨상 수상자로 키워낸 사카타 쇼이치 교수는 제자들에게 '선생'이라는 표현도 못 쓰게 했다. 그만큼 사제 관계가 수평적이었다.

한국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간 혁신적 연구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연구 문화부터 깨야 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연을 가까이 하는 교육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자연을 잃어버리고 아스팔트 길을 오가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벨상 재료가 된 자연산 개똥쑥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이다. 그 속에 보물이 들어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들판에자란 풀로만 보고 중국 교수는 다이아몬드로 알고 연구를 계속한 것이다.

중국 첫 노벨상 수상자가 박사 학위나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투유유 교수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들의 나이를보면 거의 80이 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새 것을 발견하려면 수많은 세월을 실패의 반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끈기있는 심성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교육의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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