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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어른 같은 아이들


"선생님, 서-언-생님, 큰일났어요."

지금도 이 소리가 귀에 낯설지 않은 건 그때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잊기 싫어서이다. 첫 발령 나고 처음 맞았던 5학년 7반 아이들. 내 부탁을 잘 들어주시던 교감선생님께 구두 결제를 맡고 나는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도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말을 하진 않았지만 사고가 나면 다시는 자전거를 타러 휴일에 외출을 할 수 없다는 약속을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그런데 음료수를 사러 잠깐 사거리에 나갔다 왔더니 진주라는 아이는 손을 꼭 붙잡고 있고 아이들이 내게로 뛰어오면서 연신 "선생님, 큰일났어요"를 외쳐댄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분명 붉은 색 피가 진주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반장에게 아이들을 잠깐 부탁하고 개중에 가장 빨리 온 택시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희디흰 손에 친구 자전거와 부딪힌 상처가 선명하고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아프지 않아? 어쩌니?"하며 허둥대는 나에게 진주는 "선생님, 저 하나도 안아파요. 그러니까 다음에도 꼭 여의도에 와주셔야 해요" 한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아이는 응급실 한쪽 구석에 앉아 탁자 위에 손을 올리고 다치지 않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젊은 레지던트 선생님까지도 아이의 침착함에 놀랐다. 마취하고 꿰매는 걸 처음 본 나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섬뜩 섬뜩, 마치 내 손을 꿰매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의 침착함이란…. 직접 보고 있던 나조차 그 시간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제 그 아이들은 모두 졸업을 했고 스승의 날을 전후해 만나는 것이 전부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즐겁게 교단에 설 수 있는 것 같다.

첫 정이 무섭다더니…. 어른스럽던 아이들, 나는 아마 몇 년 후에도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그 추억을 먹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7반아, 잘 지내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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