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어른 같은 아이들
"선생님, 서-언-생님, 큰일났어요." 지금도 이 소리가 귀에 낯설지 않은 건 그때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잊기 싫어서이다. 첫 발령 나고 처음 맞았던 5학년 7반 아이들. 내 부탁을 잘 들어주시던 교감선생님께 구두 결제를 맡고 나는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도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말을 하진 않았지만 사고가 나면 다시는 자전거를 타러 휴일에 외출을 할 수 없다는 약속을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그런데 음료수를 사러 잠깐 사거리에 나갔다 왔더니 진주라는 아이는 손을 꼭 붙잡고 있고 아이들이 내게로 뛰어오면서 연신 "선생님, 큰일났어요"를 외쳐댄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분명 붉은 색 피가 진주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반장에게 아이들을 잠깐 부탁하고 개중에 가장 빨리 온 택시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희디흰 손에 친구 자전거와 부딪힌 상처가 선명하고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아프지 않아? 어쩌니?"하며 허둥대는 나에게 진주는 "선생님, 저 하나도 안아파요. 그러니까 다음에도 꼭 여의도에 와주셔야 해요" 한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아이는 응급실 한쪽 구석에 앉아 탁자 위에 손을 올리고 다치지 않은 손
- 윤은희 서울 신암초 교사
- 2003-07-24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