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기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 문제를 다룰 때마다 사교육비에 대한 수많은 대책이 나오고, 교육과 관련된 각종 선거에서도 사교육비경감에 대한 공약이 단골메뉴가 된지 이미 오래이다.
올 한해 사교육비는 어림잡아 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사교육에 퍼붓는 가욋돈은 최근 3∼5년간 최고 6배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교사가 아닌 다른 이들을 학교교육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공교육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는 꼴이 될 것이다. 학교는 순수한 교육의 장으로만 이용되어야 한다. 사교육이 실시되는 학교는 이미 제 기능을 잃은 것이다.
일선학교에서는 특기·적성교육을 나름대로 내실 있게 실시하여도 학생들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선학교 교사들의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교사들이 모든 강좌의 특기·적성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강사를 공개로 모집하여 컴퓨터, 일본어 강좌, 중국어 강좌, 힙합댄스, 사물놀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자질을 갖춘 유능한 강사들을 채용하고 있다.
초창기에 특기·적성교육이 실시되었을 때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일정액의 수강료를 지원해 주었다. 그러다가 이것이 대폭 축소되다보니 수강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학생들의 수강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속사정이 이런데도 사설기관들이 학교시설을 임대하여 학생들에게 싼값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과연 현재의 특기·적성교육 수강료보다 더 싸게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엄연히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특기·적성 교육마저 사설기관으로 넘어간다면 학교교육은 어디서 어떻게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가.
특히, 예·체능 교과와 컴퓨터는 학교의 정규교과임에도 불구하고 사설기관이 학교 내로 들어와서 교육을 한다면 이들 교과분야에서 학교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은 학교교육에서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재정적 투자와 행정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특기·적성교육을 등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먼저 인식해야 한다. 실력이 없으니 학교는 장소를 빌려주고 대여료만 받으라는 식의 사고는 이 시대의 교육을 걱정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자세가 결코 아니다.
학교는 불신의 대상이 아니다. 학원이 선망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학교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길은 순전히 교육당국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그 의지와 노력에 교사·학부모·학생들의 의식개혁이 함께 공존한다면 학교교육에 사교육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은 자연히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