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치열한 경쟁사회는 진행되고 있고, 입시보다 취업이 더 힘겨운 시대로 가고 있다. 정년은 사라지고 당장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상황은 극단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르지만,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보면 이러한 현상은 어느 특정 부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즉, 우리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 ‘누구나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성공과 실패는 무수한 흔들림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이다. 세계에서 손꼽는 자살률, 노동시간은 많지만 생산성은 떨어지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성공을 동경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친다. 물론 개중에는 종종 ‘포기’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금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자신을 부여잡는다. 어찌 보면 숨 막히는 압박감과 부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늘 광양여중 졸업생인 민아, 소영, 수영이가 학교를 찾아왔다. 이들에게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는 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여행을 많이 할 것을 권했다. 오랫만에 만나 공부를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 미안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더 독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람이 김진애 박사이다. 김박사는 젊은이들에게 ‘더 독해지라’고 권한다. 그녀의 삶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어리둥절한 권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진애라는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그녀가 어떻게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다 보면 어리둥절함은 곧 사라진다. 비로소 ‘독해지라’는 의미에 함축된 응원과 위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서울공대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MIT 건축 석사 및 도시계획 박사로 '타임'지 선정 ‘21세기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김진애 박사를 수식하는 말들 뒤에 숨어있는 것은 남다른 호기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엄청난 노력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절대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시련에 힘겨워하고 슬럼프를 겪고, 때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남들처럼 그녀의 삶 역시, 크고 작은 괴로움과의 무수한 전투였다고 고백한다.
그녀라고 그 과정에 비겁해지고 싶은 순간이 없었을까?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한 권의 책 속에서 얻을 수 있다. '한 번은 독해져라'는 그녀가 지난 삶 속에 직면했던, 그리고 오늘도 직면하고 있는 무수한 흔들림, 그리고 그 흔들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고백이자 일종의 인생 특강이다. 인생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과 갈등에 대처하는 그녀만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한 번은 독해져라'라는 책에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이라는 의미를 포함해 다양한 의미가 있다. 김박사는 이 책을 쓰면서 ‘왜 나는 나를 괴롭힐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단다. 대부분의 고통이나 괴로움들은 다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남들은 나에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결국 나를 소중히 하는것은 나외에 부모가 있고 또 누가 있을까이다. 결국 자신을 이겨내는 법은 ‘스스로에게 약속을 만들고 지키는 것 외에는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요즘은 트렌드가 힐링, 치유, 위로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전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솔직히 힐링을 하는 것도 스스로 독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발버둥치며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독해지라’는 것이 너무하다 싶기도 느껴진다.
사람에 대한 정, 기존에 질서에 관련된 생각들, 시간에 관련된 것들 등 우리의 삶 속에는 무수한 유혹이 있다. 그런 것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독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사회가 굉장히 나약해져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독해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는 체면. 특히 남들한테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들이는 노력, 비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들이는 노력 등 쓸데없이 구애 받는 게 너무 많다. 사회가 무한 경쟁이나 치열함 같은 것들을 요구할수록 이런 것들에 구애받지 말고 강해져야 만이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