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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소연아, 글을 쓰다 막히더라도 포기는 없다

소연아, 넌 문학 소녀로 소설에도 관심이 많으리라 믿는다. 이청준은  ‘마르지 않는 한국 문학의 샘’ 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을 추억하는 후배 소설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단다. 그의 소설은 후배들에게 소설을 쓰게끔 충동을 불러일으켰고 좋은 소설가가 되게끔 자극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제6회 이청준문학제 ‘내가 읽은 이청준’ 시간에 소설가 이승우, 이기호, 정용준 등이 참가했다. ‘생의 이면’으로 해외 문학계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이승우는 “나를 소설가로 만든 것이 이청준 선생”이라고 했다. 그는 이 선생과 같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장흥에는 자연의 영향인지, 아니면 인문 환경의 영향인지 한승원 송기숙 등 뛰어난 작가 들이 즐비하단다.

“저에게 쓰기에 대한 최초의 충동을 불러일으킨 소설은 이청준 선생님의 ‘나무 위에서 잠자기’입니다.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의 재미나 감동, 어떤 사상의 심오함이 아니라 그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하고 배치하고 설계하는 작가의 수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승우는 1981년 첫 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당시 심사위원이 이청준 선생이었다. 그는 “편집부 직원에게 전해 들은바 이 선생이 내 소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며 “끈기 없는 내 성격상 그때 떨어졌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니 내게 소설가란 이름을 붙여 주신 분”이라고 했다.

습작 시절부터 이청준의 소설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했다. 그는 “글의 길이 막힐 때마다 선생의 소설을 펼쳐 읽으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글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러면 그 희미한 빛에 의지해서 다시 쓰면서 최초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벨’을 쓴 소설가 정용준도 스승 이승우 소설가의 추천으로 ‘소문의 벽’을 읽게 됐다. 그는 “‘소문의 벽’을 읽고 소설이 인간을 다루고 인간의 삶을 탐구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 알았다. 좋은 소설에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모순이 있고 그 모순 속에 인간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기호는 이청준 연작소설 ‘가위 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에 대해 “기억과 망각의 가위눌림 속에서 하나의 그림을 보여주고자 분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리얼리즘 소설, 후일담 문학이 득세하던 시기에 반대 방향으로 가려 했던 작가의 윤리 의식을 볼 수 있다”며 “소설은 내용이 아니라 문장이고, 새로운 태도나 내면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문장인데, 이 선생의 소설은 문장의 힘이 지면을 뚫고 나온다”고 했다.

무엇보다 글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간이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때가 오더라도 너도 네 모델이 되는 소설가의 소설을 반복하여 읽으면서 길을 찾기 바란다. 네가 만일 소설가가 된다면 넌 도서관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반드시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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