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5명)의 2.3배이다. 자살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 여든 넘은 고령자 자살률은 이십대의 5배에 이르고 있다. 노인층의 높은 자살률만큼 가슴 아픈 건 빠르게 증가하는 청소년 자살이다. 우리나라 십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1년 3.19명에서 2011년 5.58명으로 57.2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학과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 3∼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946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연구’ 결과를 6월 1일 공개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모델로 한 영역별 행복지수에서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4.0이었다. 2009년 64.3, 2011년 66.0, 2013년 72.5에 이어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지만 조사가 시작된 지 6년째 OECD 소속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초등학생의 43.6%가 ‘화목한 가정’을 꼽았다. 이어 ‘건강’(20.6%), ‘자유’(13.0%)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중학생도 ‘화목한 가정’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비율은 23.5%로 줄었고 ‘성적향상’(15.4%)을 꼽은 학생이 많아졌다.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면서 행복의 제1조건이 ‘돈’(19.2%)으로 변했다. ‘성적향상’이 18.7%로 뒤를 이었고, 이어 ‘화목한 가정’(17.5%), ‘자유’(13.0%) 순이었다. 학년에 높아질수록 돈과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족이나 건강은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초등학생의 스마트폰·게임 이용과 행복지수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시간 이하일 때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3시간을 넘어가면 그 비율이 가장 낮았다. 게임의 경우 이용시간과 행복감의 반비례 관계가 더욱 뚜렷해 게임을 하지 않는 학생 가운데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3시간 넘게 하는 학생의 행복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청소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햇볕을 쪼이거나 친구들과 떠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 세상에 친구는 없다, 경쟁자가 있을 뿐’이라는 말을 들으며, 나쁜 성적이 초래한다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하다 보면 그날이 오기 전에 죽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지금의 십대를 보면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마음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 어른들이 거의 모두 불행해 보이니 어른이 되어도 외롭고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의사가 내린 처방은 “햇볕을 많이 쬐고 말을 많이 해야한다.” 는 것이다. 햇볕을 쏘이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고 말을 많이 하려면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골방에 틀어박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처방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자살 예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살은 대개 불행 속에서 하는 수 없이 취하게 되는 ‘선택 아닌 선택’으로 불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의 일종이다. 행복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듯 행복한 사람이 폭력적인 경우도 거의 없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는 폭력 가해 학생이 두 배나 증가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네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학교 현장이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가해 학생의 수가 늘었다면 피해 학생의 수도 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의 일과를 보면 그들이 폭력적이 되는 걸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어른들이 짜놓은 시간표에 맞춰 ‘사육’되다 보면 분노가 쌓이는 게 당연하다고나 해야 할 것이다. 비싼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아이일수록 성적이 좋지만 그 아이는 학원에서 배운 것을 학교에서 되풀이하니 학습시간이 지겨울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는 성적이 나쁘고 성적이 나쁘면 바보 취급을 당하니 그 또한 학교 가기가 싫을 것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어린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했던 독일은 역사에 대한 반성 끝에 ‘한두 명의 뛰어난 사고보다 모두의 깊이있는 사고!’를 기치로 초등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퇴출시켰다고 한다. 우리도 모든 삶의 중심이 되는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다. 이 일에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아이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행복해 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