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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국은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생산되고, 또한 이 생각이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나라이다. 우리는 아직도 알게 모르게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은 생각을 토대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도 예외는 아니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 의원은 공화당 내 티파티 계열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작은 정부와 긴축 재정을 정치적 신념으로 삼고 있는 그는 2012년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위스콘신 출신의 이 강경 보수 정치인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지인들에게 장편소설을 선물하곤 했다. 늘 같은 책이었다. 책은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20세기 초반 미국에 귀화한 작가 에인 랜드(1905~1982)가 쓴 '아틀라스'가 바로 그것이다. 라이언 의원은 에인 랜드를 두고 “내가 공직에 들어온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5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연간 10만부 가량 팔렸는데 미국 주류 지식사회에 끼친 영향은 판매량 이상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에인 랜드는 자신이 추종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미국 금융을 휘둘렀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젊은 시절 에인 랜드 스터디 모임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금융지주회사 BB&T코퍼레이션은 2008년 마셜대학 경영대학원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아틀라스'를 정규 수업으로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던 2009년 한 해 동안 이 소설은 평소보다 5배 더 많은 50만부 이상 팔렸다. 미국의 보수 정치이념이나 시장자본주의와 친화적인 소설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티파티 회원들의 집회에서는 이 소설의 한 챕터 제목인 ‘I am John Galt(내가 존 골트다·존 골트는 소설 주인공 이름)’, 소설 제목(Atlas Shrugged)에서 따온 ‘Atlas is shrugging(아틀라스가 움츠러들고 있다)’ 같은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소설이 미국 강경보수들의 이념적 지향을 압축하고 있는 문학적 경전이라는 방증이다.

소설을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서 미국은 빈부격차와 공황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상의 민중국가로 설정돼 있다. 이 가상의 미국은 기업인을 비윤리적인 인물로 여기고 예술가와 지식인은 예술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부모가 재산을 몰수당하는 일을 겪었던 작가의 이력을 고려하면, 냉전 시절 현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혐오가 반영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최대 철도회사 경영자 대그니 대거트, 세계적인 구리회사 상속자 프란시스코 단코니아, 철강회사 사장 행크 리어든, 신비에 싸인 인물 존 골트다. 그중에서도 존 골트는 작가가 표방한 ‘객관주의’ 철학을 의인화한 인물이다. 작가가 말하는 객관주의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합리적 이기주의를 최상의 가치로 옹호하는 철학적 태도를 가리킨다. 존 골트는 이 객관주의 철학에 입각해 기업인들과 예술인들의 파업을 주동한다. 이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하던 일을 완전히 중단하고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을 지닌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로 망명해버린다.

대혼란에 휩싸인 대중을 상대로 존 골트가 장시간 라디오 연설을 하는 장면은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이다. 존 골트는 말한다. “내 삶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에 걸고 서약하노니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타인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고 나의 자유에 대한 타인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의 지상명제다. 존 골트는 기업인의 능력과 경쟁을 옹호한다. 그는 기업인을 무시하고 경쟁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
 
“우리는 여러분을 판잣집에서 끌어내어 현대식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라디오, 영화, 자동차를 제공했는데 여러분은 우리가 궁전 같은 집과 요트를 소유하는 것이 부당하고 외쳤습니다. 자신들은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우리는 이윤을 챙길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월한 지성의 소유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두렵다고, 그들의 정신이 자신의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자발적인 거래 시장에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기회를 남겨주지 않는다고 외치는 여러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세요.”

이 소설은 장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념이며, 어떤 것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논쟁적인 소설은 3부작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1년 개봉한 이 영화의 1부는 미국 영화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으나 티파티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니 이것이 바로 생각의 차이이다. 좋고 싫음은 결국 자기 자신의 신념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또 나 개인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 것인가를 추스려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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