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하여 편리한 도구들이 언제 피해를 줄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시마다 안전 불감증이란 말이 나왔고 모두가 소란을 떨었으나 크게 진보한 것이 별로 없다. 날로 자동차는 늘어나고 있어 교통안전교육을 포함한 안전교육이 유치원부터 노인층까지 필요한 때이다. 매년 세차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꿔져야 한다는 것이 공감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안전교육 미비로 인한 장면은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승객들은 연기가 차오르는 것을 보고도 기다리는 방송 때문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지하철 화재 대피 훈련을 받았다면 자세를 낮추고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뒤 신속히 객차를 빠져나가 비상구로 향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재난이 많은 나라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만 안전교육이 뿌리내린 덕분에 생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가 덮쳤을 당시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에서 1200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초·중학생은 99.8%가 목숨을 건졌다. 전체 학생 2924명 중 희생자는 5명뿐이었다니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한 마디로 시 교육위원회가 만든 ‘쓰나미 방재 교육을 위한 안내서’가 기적을 만들었다. 안내서에 따라 국어 시간에 ‘해일이 온다면’이란 주제의 글짓기를 했다. 수학을 배울 때는 쓰나미가 육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하는 문제를 출제해 수업과 재난 대비를 연계시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열풍 와중에 국내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다르다.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한 독일인은 “독일에선 한국의 자동차운전학원과 비슷한 곳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다 ”고 소개했다. 초등학생은 면허증이 없으면 혼자 자전거를 탈 수도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자전거로 등하교 하는 학생들은 헬멧을 쓰고 다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영은 독일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필수 과목이다. 일본에서도 수영은 중학교까지 필수과목이고 교육 목표는 생존에 맞춰져 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 교통안전 교육부터 받는다. 교육을 진행하는 경찰관은 낯선 어른이 말을 걸 때 대처법도 알려준다. 매달 지진이나 화재 대피 실습 교육이 실시된다. 중학교까지 의무적으로 수영을 배워야 하는데, 선생님이 10분 동안 수영장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가르쳐 생존법을 터득하게 한다. 필자도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일본에 가서 맨 먼저 수영학교에 보낸 적이 있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교육에 수영이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영국처럼 안전 교육을 독립 교과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우리도 안전을 위하여 학교가 소방서·경찰서 등 외부 전문가를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여 볼 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손잡고 움직일 때마다 자기가 있는 곳인 안전한 곳인가를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