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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우리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말을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더우기 교양이 있다고 자처하는 집단에서 더욱 그렇다. 교육을 통하여 이성이 중요하다고 많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은 꼭 이성적 존재일까? 자기 자신은 이성적 존재라고 평가할 자유가 있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봐서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세상은 객관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혼자 만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이 평가의 잣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자라면 일반적으로 군대라는 조직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은 그런 일이 전혀 없으리라 믿지만 과거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를 혀로 핧았던 좋지 못한 기억이 시간이 흘렀지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행동을 공유하였기에 군대 이야기가 나올 때 가끔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하찮은 것 같지만 작은 점이 남아 있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본질적인 존중의 가치를 억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억압당하면서 살고 있다. 감정대로 다 표현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혼자의 것이 아닌 공동체를 이루어 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억압이 작동하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군대는 가장 억압이 심한 조직에 속한다. 그러나 군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직장 상사 앞에서,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 앞에서, 시부모 앞에서, 경찰이나 검찰 앞에서, 조직 폭력배 앞에서, 아니면 사회 통념이나 정치 권력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려 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만큼 느끼는 감정 그대로의 표출은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감정이 분노나 웃음일 수도, 냉소나 절망일 수도, 미움이나 동정, 아니면 사랑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엄청난 불이익이 나의 신상에 몰려올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 들끓는 것, 또 그것이 간혹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나 행동으로 빠져 나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감정은 용수철과 같은 성질이 있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반발력을 갖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감정은 마치 자신이 혁명가라도 된 것처럼 자기 위에 군림하려던 이성을 자기 발아래 굴복시키게 된다. 그렇다고 이 단계에서 참 행복을 느낄 것인가를 자신의 내면에 물어야 한다.

요즘 길거리를 가다보면 여성이나 아이들이 개를 가슴에 안고 행복감에 취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개라는 대상은 사랑하는 개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 사람은 가정에 들어가면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수 차례 폭행을 가한다면 미워하는 남편이 존재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만일 사랑하는 개와 미워하는 남편이 죽었을 때 어느 쪽을 더 슬퍼하게 될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개와 인간의 존재가치는 다르다. 그러나 인간에겐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기에 어느 쪽인가는 답이 나올 것이다.

이처럼 참된 가치는 존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있는 것이다. 가족이 남보다 귀한 것은 가족을 더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가치는 사랑하면 할수록 증가하고 미워하면 할수록 낮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할 대상이 누구인가? 사랑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자기만이 옳다는 독단에 흐르고, 자기 비하에 빠진다면 그 자신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미 굳어진 삶이 바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변화는 어렵다. 찐빵이 되어버린 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사랑하는 대상을 정하는 것, 그것은 매우 중요한 자기 치유를 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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