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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길을 찾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면 된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 이유는 자기 스스로 지향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기쁨이나 설렘을 준 사람이나 풍경을 만났다면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찍은 것은 내 마음의 기쁨과 설렘이지 사람이나 풍경은 이를 실어나른 매체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 보다 감동적인 것을 만나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건강하다는 징표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상대로 하여 누가 만나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만남이기에 또 다른 길, 즉, 책을 통하여 만나는 길이 있다.

우리는 오늘도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 길을 찾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면 좋다. 요즘엔 인터넷을 뒤져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키워드를 알지 못하면 만나기 어렵고, 잘못된 만남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럴 생각은 마음에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위스콘신 출신의 강경 보수 정치인 폴 라이언 미국 하원 의원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지인들에게 장편소설을 선물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늘 같은 책으로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20세기 초반 미국에 귀화한 작가 에인 랜드(1905~1982)가 쓴 '아틀라스'가 바로 그것이다. 라이언 의원은 에인 랜드를 두고 “내가 공직에 들어온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이미 오래 전인 195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연간 10만부 가량 팔렸다. 미국 주류 지식사회에 끼친 영향은 판매량 이상이었다고 하니 관심이 끌리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서전에서 에인 랜드는 자신이 추종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을 주무른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젊은 시절 에인 랜드 스터디 모임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금융지주회사 BB&T코퍼레이션은 2008년 마셜대학 경영대학원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아틀라스'를 정규 수업으로 편성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다니 그 위력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던 2009년 한 해 동안 이 소설은 평소보다 5배 더 많은 50만부 이상 팔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보수 정치 이념이나 시장자본주의와 친화적인 소설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티파티 회원들의 집회에서는 이 소설의 한 챕터 제목인 ‘I am John Galt(내가 존 골트다·존 골트는 소설 주인공 이름)’, 소설 제목(Atlas Shrugged)에서 따온 ‘Atlas is shrugging(아틀라스가 움츠러들고 있다)’ 같은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소설이 미국 강경 보수들의 이념적 지향을 압축하고 있는 문학적 경전이라는 방증이다.

소설을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서 미국은 빈부 격차와 공황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상의 민중국가로 설정하여 전대되고 있다. 이 가상의 미국은 기업인을 비윤리적인 인물로 여기고 예술가와 지식인은 예술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부모가 재산을 몰수당하는 일을 겪었던 작가의 이력을 고려하면, 냉전 시절 현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혐오가 반영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최대 철도회사 경영자 대그니 대거트, 세계적인 구리회사 상속자 프란시스코 단코니아, 철강회사 사장 행크 리어든, 신비에 싸인 인물 존 골트다. 그중에서도 존 골트는 작가가 표방한 ‘객관주의’ 철학을 의인화한 인물이다. 작가가 말하는 객관주의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합리적 이기주의를 최상의 가치로 옹호하는 철학적 태도를 가리킨다. 존 골트는 이 객관주의 철학에 입각해 기업인들과 예술인들의 파업을 주동한다. 이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하던 일을 완전히 중단하고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을 지닌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로 망명해버린다.

대혼란에 휩싸인 대중을 상대로 존 골트가 장시간 라디오 연설을 하는 장면은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존 골트는 말한다. “내 삶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에 걸고 서약하노니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타인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고 나의 자유에 대한 타인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의 지상명제다. 존 골트는 기업인의 능력과 경쟁을 옹호한다. 그는 기업인을 무시하고 경쟁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 “우리는 여러분을 판잣집에서 끌어내어 현대식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라디오, 영화, 자동차를 제공했는데 여러분은 우리가 궁전 같은 집과 요트를 소유하는 것이 부당하고 외쳤습니다. 자신들은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우리는 이윤을 챙길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월한 지성의 소유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두렵다고, 그들의 정신이 자신의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자발적인 거래 시장에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기회를 남겨주지 않는다고 외치는 여러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세요.”

이 논쟁적인 소설은 3부작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1년 개봉한 이 영화의 1부는 미국 영화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으나 티파티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다보면 무수히 찍히는 점이 있다. 이 점이 모여서 선을 이루게 된다. 유년시절 행복했거나 불행하게 느껴진 시절이 기억되는 것은 감정이 호수를 뛰어오른 숭어처럼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금도 초등학교 시절 라면을 얻어 먹은 경험이 이를 증거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엔 부자들만이 라면을 억을 수 있었으니까. 이 점들이 모여 나의 스토리가 되듯이 오늘 하루도 이와 같은 감정의 굴곡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니 한 순간 힘들었다고 너무 애통해 할 것도 아니고 최고로 행복했다고 계속 춤만 추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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