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저물어 간다. 마지막 송년 주일이다. 과연 '2013년은 잘 보냈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사람은 한 해를 보내면서 생각을 해 보고 또, 맞이하는 새해를 생각해 본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는 말은 초등학교 정도 수준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가 누구나 생각하면서 산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생각이란 무엇일까?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타성과 고정 관념에 젖어 사는 것을 뜻하지 않고,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지나 의도와 관계없이 남의 생각이 내 생각 속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온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을 기반으로 제기되는 의견일지라도 편견일 수 있고, 내 생각으로 이해한 것이 오해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난 후 ‘의견’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의견’조차도 습관적으로 생각해 온 ‘의견’, 즉 자기 중심적 ‘편견’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 ‘선입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생각이 편견과 선입견으로 포장된 습관적 생각이나 고정 관념, 타성이나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생각이 '사각지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의 생각은 사각사각(死角死角) 죽어간다. 나의 관점은 점차 사각형처럼 답답한 박스 안에 갇힌 채 '사각형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사각형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무의미하고 필요 없는 것이 되어 사각형 밖으로 추방당한다. 그래서 보아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단단한 사각형 틀이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것이다.
사각지대에 가입하는 순간, 관습과 타성에 젖어 그 때부터 ‘상식’의 덫에 걸려 ‘몰상식’한 발상을 인정하지 않는 ‘식상’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상식은 다시 습관과 결탁하여 ‘고정관념’으로 변질된다. 상식은 편협한 자기만의 경험과 합작하여 ‘편견’으로 전락한다. 상식은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면서 ‘선입견’으로 굳어진다. 상식은 관습과 어울리면서 웬만한 타격으로는 깨지지 않는 ‘타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타성에 굳어진 생각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생각 마사지가 필요하다. 생각 근육도 쓰면 쓸수록 발달하지만 쓰지 않고 방치하면 생각의 때가 끼고 각질이 생겨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각에 겹겹이 쌓인 생각의 때와 비듬은 얼마나 될까? 사각사각 죽어가는 생각을 되살리고 싶다면 머리만 감을 것이 아니라 생각도 하루에 한 번씩 생각 샴푸로 감아주면 어떨까? 생각을 빨아주어야 생각 근육이 유연해지고 생각의 때와 비듬이 끼지 않게 된다. 매일 머리를 감듯 매일 생각이 살아 숨 쉬도록 생각도 흔들어 깨워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내 생각만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불행은 나 자신의 불행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