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가시고 이제 제법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사람도 기관도 서서히 수확을 하여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 개인이나 학교기관, 국가를 포함하여 모든 조직체는 생명체이다. 이 조직체에는 설립 목표를 중심으로 핵심부를 비롯한 세세한 조직들이 잘 움직여 그 기능을 다하게 될 때 열매가 풍성해 지는 법이다. 학교의 열매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 가운에 야간 경비 업무를 보고 있는 이종무 씨는 손녀가 950여명이 있다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광양여중 학생 모두가 그에게는 손녀나 다름없다. 교정 여기저기에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거리며 웃는 손녀들을 보면 없던 힘도 부쩍 난다고 전했다. 이종무 씨는 광양여중 경비 업무를 본 것은 올해로 5년째다. 그가 하는 일은 방과후 각 교실을 비롯해 창고, 사무실이 잘 잠겨 있는지, 한밤 중 무슨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지, 귀가하지 않은 학생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학교에 나오다보니 이 씨는 어느 선생님이 일찍 오고 늦게 오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5년 동안 경비 업무를 보면서 학생들의 변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광양여중에 왔을 때 이 씨는 학생들에게 무시도 당하고 그들만의 언어 문화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학생들이 욕을 섞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 혼탁했었고 경비라고 은근히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라고 이야기 한다.
학생들도 할아버지처럼 잘 따르고 말도 예쁘게 해서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이 씨는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이 하시는 교육의 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교장 선생님과 교직원 모두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잘 가르쳐주신 덕택이다”고 감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만다면 “우리 손녀들이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하고 착한 줄 아세요?”라면서 아이들을 칭찬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분은 청소가 자기 본연의 업무가 아님에도 아침 일어나기가 바쁘게 비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가 건강에 좋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날마다 내 집보다 더 소중한 우리 학교ㆍ선생님ㆍ학생들” 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씨는 “앞으로 광양여중에 얼마나 몸담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학교를 내 집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잘 돌보겠다”면서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광양여중 선생님ㆍ학생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 더욱더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