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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돌봄'은 학교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학교는 가정 및 교회와 더불어 인류가 유지해 온 오래된 제도중의 하나이다. 이들 각 제도간에 끊임없는 상호 역할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정의 기능이 크게 변화한 것이 현실임에도 다른 사회제도들이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함으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어린이들의 보호 양육 문제이다. 어린이들의 보호 양육 문제는 전통적으로 가정의 기능이었으나 이제는 학교가 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시점이다. 학교의 문은 닫히고 가정에는 돌아가 봐야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 줄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정하다면 학교가 돌봄 기능까지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돌봄’은 일상적인 의미로 ‘부모가 자녀를 돌본다’, ‘독지가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본다’, ‘정부나 공공단체 혹은 자선 기관이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 등에서 사용될 때 자연스럽다. 그러나 학교교육에 복지 측면이 부각되어 이제 학교도 돌봄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구성원들은 신체적으로 안전하고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은 기본적으로 신뢰의 관계에 바탕을 둔다. 신체적 안전과 정신적 행복은 구성원들 간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뢰 관계는 기대와 희망에 어긋나는 행위로 잦은 실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믿어주는 관계다. 돌봄은 또한 협력의 관계다. 즉 돌봄은 상대방의 삶의 변화에 대한 도움을 주는 책임의 관계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돌봄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돌봄은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장래의 삶을 함께 걱정하며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돌봄’이란 학교 구성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살피고 배려해 줌을 뜻하는 것이지만 학교 공동체에서는 돌봄이 구성원들 간의 존중, 신뢰, 헌신, 기대, 유대, 소속감 등으로 형성돼 있는 공동체적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교가 주도적으로 돌봄 기능을 확대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 학교는 학생들에게 친구를 사귀고 여가를 함께 보낼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곧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내보내진다. 단지 수업을 위해 체류하는 곳일뿐 친구를 사귀거나 소집단 활동과 같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교실은 한 아이에 대하여 돌봄 기능이 충실히 이루어 지기를 원하는 마음은 무엇인가를 학부모가 체험한 이야기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분당에서 이 학교로 전학 왔다. “아이는 활달했지만 분당 학교에선 친구가 없었다. 담임은 아이가 수업시간에 만화책만 보는데도 방치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겉돌고 나는 야단만 쳤다. 어느 날 아이를 또 야단치는데, 갑자기 아이 눈의 초점이 사라져버렸다. 멍한 모습의 아이를 본 순간, 아이를 잃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앞뒤 생각 않고 전학을 시켰다. 놀랍게도 전학 첫날부터 아이가 달라졌다. 전학 첫날 집으로 친구를 데려온 것이다. 친구들의 환영에 아이의 기(氣)도 다시 살아났다. 아이의 변화를 보면서 애 아빠도 변했다. 왕복 4시간 출퇴근에 바치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주말이면 아버지 합창반에 거르지 않고 나간다. 여기서 우리 가족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발견했고, 한국 교육이 우리 가족에게 준 상처를 치유해가고 있다.”

오늘날의 학교는 지식의 창출, 전달, 재생산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매스미디어 등 다흔 사회 제도에 빼앗겨 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린이들을 수용하고 보호하면서 사회화하는 기능을 확대하지 않으면 제도로서의 학교는 점차 그 존재 근거를 잃어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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