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1일자로 개교한 신설학교에 전근 발령을 받고 모든 것이 낯설고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한지 벌써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주말을 맞아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미루어 왔던 짐 정리를 하던 중 눈에 들어온 한 통의 편지는 그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 편지는 자그마한 농촌학교에서 5년 근무만기가 되어 인사발령 통지서를 받은 그 이튿날 종업식에 앞서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교문을 나서면서 담임했던 2학년 상후로부터 받은 꽃다발 속에 살며시 꽂혀 있던 것이다.
'선생님께!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가시다니 너무 섭섭하고 속상해요. 그래서 귀청이 터질 만큼 소리 지르고 싶었어요. 우리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셔도 우리 학교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과 같이 재미있으신 분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떠들 때 선생님이 화나셨지요. 그런데도 우리를 재미있게 해주시는 선생님이 좋아요. 1년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시는지 모르지만 어디서나 건강하세요. 선생님을 잊지 않을게요. 안녕히 가세요. 조상후 올림'
상후는 잔병치레도 많고 결석도 잦았으며 학교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명랑 쾌활하고 공부도 꽤 잘했다. 그런 탓에 상후는 내 마음속에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인사발령을 받고 떠나는 것이 편하지가 않아서 대부분 학교만기가 될 때까지 근무한다. 그 탓에 26년의 교직생활 동안 여섯 번 학교를 옮겼지만 전근 가는 날 이런 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후의 모습과 함께 그 날의 감동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 상후야, 나도 너를 잊지 않을게. 항상 건강 조심하고 열심히 공부해라. 우리 방학 때마다 만나자꾸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움 없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지만 항상 학년말이 되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주지 못하고 더 잘 대해주지 못했음에 가슴이 시려오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기에 더욱, 언제 어디서든 내 곁에 있는 학생들을 보살피고 격려하며 지원하는 도우미가 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