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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 자신의 성적표는 어디에 있는가?

요즈음은 날씨도 덥고 학기 말이라서 차분하게 학습에 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1학기 마지막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 학생은 공부에 관심을 끄고 있지만 그래도 다수의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마무리 한 시간까지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소중한 것이다.

“관동이 아름다운지도 모르겠고, 어려워서 이해도 안 돼요. 이런 거 왜 배우는지?”, “애들이 너무 떠들어서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어요.” 어느 교사의 ‘수업일기’에 쓰인 내용이다. 국어교사인 그는 수업에 들어가는 모든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수업일기를 쓰라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수업 중 이해 안 간 부분이나 느낀 점 등을 적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그 글을 읽으며 좋은 내용은 넘어가지만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자기 반성과 피드백 자료로 활용을 한다. 가령, 앞서 말한 학생들의 글에 대해서는 관동별곡을 가르치는데 자신이 뜻풀이에 집착해 관동이 아름다운지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 관동에 대한 사진을 묶어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 준다. 시끄러워서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다는 학생에게는 다음 시간에 다시 똑같은 진도를 나간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수업일기’를 쓰라고 해서 상시적으로 아이들의 인지 정도를 확인한다. 이같은 이유는 교사가 아무리 애써 가르쳐도 학생 스스로가 잘못 이해하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법을 통해 학생과 소통하고 자신이 뭘 했는지, 앞으로 개선할 점은 뭔지 알 수 있다. 그는 “교사라면 아이들이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길을 잃었을 때 손 내밀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대부분의 물건은 최종 생산품을 점검하면 되지만 교육은 과정에 있기에 그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더우기 내가 아닌 아이들의 머릿속의 세계가 얼마나 성숙되고 변화되었는가를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난 한 학기가 끝나면 아이들로 하여금 내 수업에 대한 서술식 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이 내용은 어느 누구도 자세히 알 수 없으며 학생 당사자와 나만의 소통 기록이요 삶의 블랙박스이다.

한 학생은 중학교에 입학하여 시험을 보았는데 사회 점수가 64점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 놀랐다는 것이다. 어깨에 힘이 쭉 빠지면서 사회를 아주 포기하려 했을 때 "노력하면 될꺼라고" 자신감을 주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혼이 날까 봐 겁이 났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열심히 사회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사회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보충 자료 들을 열심히 공부하니 96점에 이르게 되었다. 못하면 끝까지 하게 하는 선생님 덕분'이란다.

한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성적표라고 주면서 정작 내 자신의 성적표를 받지 못하면 내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였는가를 알기 어렵다. 학생도 성장해야 하지만 교사도 성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교사 시절 내가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자료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와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에게 스스로 자기 수업에 대하여 학생에 의한 자율평가를 받도록 권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실천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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