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멈추고 나니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다. 무더위가 심하면 식물이 물기가 부족하여 시들하듯이 사람도 기가 빠진듯 축 쳐지기 쉬운 계절이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겨우겨우 버티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그것은 사람마다 에너지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는 게 시들하다면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상황이 어떠하든 '사람은 스스로를 씩씩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 속에서도 기백을 갖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을 보노라면, 인간은 참으로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보여준 승무원과 구조대원의 활동상은 인간이 정말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와 달리 과거와 비교하면 풍요함이 지나치다 할 정도의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을 행하는 사람을 보노라면, 사람이란 스스로 의미를 찾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할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자기기에서 전기를 빼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냉장고의 전원 코드를 빼면 냉장고가 기능을 상실한다. 인간도 기(氣)가 빠지면 생동감이 떨어져 사는 냄새를 느끼기 어렵다. 사실 사람이란 에너지 덩어리이자 흐름이지 않는가? 자신 속의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무심한 편이다.
당신은 “에너자이저인가?” 라고 물으면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는가? “그렇다”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굳이 ‘에너자이저’란 책을 읽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망설임이 앞선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타고날 때부터 에너자이저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자신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 이승윤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얼바인 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을 거쳐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개인의 에너지 관리법을 다루기 전에 총론 차원에서 저자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관심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에 매진하라’. 둘째, ‘영감을 주는 일에 매진하라’. 셋째, ‘협력을 통해 성장하라’ 등이다.
총론 이후에 저자의 에너지 충전법을 제시한다. 이를 ‘에너자이저의 특징’이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에너자이저의 첫 번째 특징은 의미 있는 목표에 전심 전력하는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물 가운데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필가인 필립 체스터필드 경을 꼽는다. “목표를 끝까지 관철하고 말겠다는 집념은 기개가 있는 자의 정신을 단단히 받치는 기둥이며 성공의 최대 조건이다. 이것이 없다면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이리저리 방황하게 되고 헛되이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다.” 일을 의무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목표가 있는 집중적인 업무 처리는 그 자체로 에너지의 흐름을 상승시키는 특성이 있다. 마치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이런 습관을 유지해 늘 에너지 흐름을 높이는 건 뛰어난 방법이다.
에너자이저의 두 번째 특성은 긍정의 생명력을 수시로 느낀다는 사실이다. 좋은 시절은 좋은 시절대로, 나쁜 시절은 나쁜 시절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배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가 낙담하기 쉬운 상황에서도 낙담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슈월츠와 맥카시란 연구자는 긍정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사람은 피해자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같은 일이라도 세 가지 다른 관점 즉, 반대로 바라보는 렌즈,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렌즈, 그리고 폭넓게 바라보는 렌즈로 무장하고 세상을 산다. 사람은 누구나 제 나름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기에 이 안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게 한다. 지위·재산·재능·학벌·외모가 비교돼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신의 리듬이 아닌 타인의 장단에 춤을 추기 쉽다. 그러다보면 에너지의 흐름이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니까 안 돼’라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학교 역시 학업 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을 우등생이 돋보이는 조연으로 보지 않았는지! 물론 모든 제자들에게 두루 사랑을 베풀고 관심을 쏟는 선생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생님의 기를 쏟는 학교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에너자이저는 스스로 강점을 파고드는 강력한 특성이 있다. 프로 골퍼 신지애는 강점에 집중해서 성공한 사례에 속한다.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못하는 것만 지적했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내 장점을 잃어버렸다. 재활하는 동안 나의 우승 장면이 담긴 영상을 다시 보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결심했다.’ ‘어떻게 사람이 다 잘 할 수 있으며, 다 누릴 수 있는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따금 비교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방지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는 한 문장이다. 과도한 비교로 에너지 흐름을 추락하는 일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에너지 창고를 가득 채울 줄 아는 사람을 ‘에너자이저’라고 부른다. 그들은 활기찬 하루하루를 살고,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주위에 긍정의 기운을 퍼뜨린다. 그들은 어떻게 에너지를 채울까?
마지막으로 에너자이저는 '사람 을 이끄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사람을 이끈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스스로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를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에너지를 더 잘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충전해야 할 것은 핸드폰 만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기이다. 선생님들의 생명은 사기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모두 사기 충천한 에너자이저로 살아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절망은 희망으로 바꿔지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