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차가운 청량음료나 빙과류를 찾는 계절이 왔다. 등하굣길에 아이들의 입에는 형형색색의 음료와 과자가 들려 있다. 색소와 사카린을 넣어 갈아 만든 음료를 아이들은 좋아한다. 특히 저가 상품일수록 심각하다. 문제는 아이들의 입을 자극하기 위하여 각종 첨가물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본 학부모는 거의 없다. 집에 들어갈 때는 거의 다 먹었거나 마신 상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 언론들은 비만 왕국 미국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의학 저널에 실린 한 편의 논문이 계기가 된 것이다. 듀크대 에릭 핀켈슈타인 교수는 통계를 기초로 2030년이 되면 미국 비만 인구가 전체의 42%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에 따른 의료비용은 20년간 660조원이 더 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비만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말 것”이란 비관적 분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비만과의 전쟁’은 낯선 주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들이 줄곧 외쳐왔던 구호들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4년 심장수술을 받은 뒤 그토록 좋아하던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비만 퇴치 운동에 뛰어들었다. 현 정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아동비만 퇴치운동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비만율을 낮추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살빼기 과정을 담은 TV쇼와 다이어트 광고가 범람하는 미국이지만, 국민 뱃살은 계속 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보다 비만과의 전쟁이 더 어렵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현재 미국 사회가 비만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이들은 비만을 더 이상 의지력 부족 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비만을 사회·경제적인 국가 문제로 받아들이고, 비만을 유발하는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를 모으고 있다. 둘째로 비만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지역일수록 패스트푸드 소비가 많고, 그 결과 비만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백인의 비만율은 15%인 데 반해 히스패닉은 26%, 흑인은 33%에 달한다. 셋째로 아동비만을 막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의료기관인 카이저 연구센터는 비만 때문에 어린이들의 평균수명이 부모 세대보다 20년 짧아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삼성경제연구소는 '비만의 사회경제적 위협과 기회' 리포트에서 한국은 비교적 비만도가 낮은 날씬한 국가군에 속하지만 과체중과 비만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아동비만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비만세를 신설하는 등 정책과 규제를 강화 해 비만산업이 비대해지는 걸 막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비만을 지나치게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20세기 후반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에이즈였다면 21세기엔 비만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판이다. 그런가 하면 외식과 편의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가정이 늘면서 첨가물에 노출되는 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문구점에서 다양한 것들을 사 가방 속에 넣고 가는 모습이 매우 웃겼다'는 관찰기록을 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에게도 범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