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전 6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로 그 의미가 더하다.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으로 6·25전쟁 행사, 시민과 함께하는 호국 퍼레이드, 국민대통합 마라톤대회 등이 이어진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6월 29일 진행되는 ‘시민과 함께하는 호국 퍼레이드’일 것이다.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까지 3.7킬로미터 거리에 국방부 군악대를 선두로 국방부 의장대, 태극기 행렬, 국가유공자, 경찰 기마대, 경찰 악대, 경찰 의장대, 제복 코스프레 동호회, 풍물패와 일반 시민 등 약 1만 명의 행렬이 이어진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국민은 극히 소수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호국보훈에 대한 학습을 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학교에서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학교 관리자나 담당 교사의 관심과 열정이 없이는 아이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본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호국보훈의 달 관련 훈화를 현충일 전일 5일에 실시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차분하고 진지한 학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 한모금의 물에 몸이 시원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시골 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칠 때 한 학생이 기록한 내용을 읽어보니 국사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는 시간이 됐다.
'국사 ‘이런 건 배워서 뭣하지?’ ‘우리가 살아가는데 국사가 왜 필요해?’ 이러한 짜증스런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던 2학년! 3학년으로 올라오고 보니 조금은 역사에 흥미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국사란 과목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어느 국사 시간이던가, 졸려서 하품을 하다가 문득 역사속의 인물이 나라는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해보았다. 책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도 위급하고 우리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국사시간에 흥미가 생기더니 지금은 그래도 자신 있는 과목 중의 하나가 됐다. 또, 수업시간마다 해주시는 교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성적도 향상시켜 주시고, 무엇보다도 국사에 흥미를 갖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학생들에게는 6.25 전쟁 당시 학도병의 일기(포항 전투에서 숨진 이우근)로 그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일기를 소재로 영화‘포화 속으로’가 만들어졌다는 소개를 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도 애국도 점점 옅어져 가는 현실에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아이들에게 꼭 한 번 낭랑하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시이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명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켜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