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때로는 벗어나고자 한다. 자주 벗어나 일상이 되면 그것 또한 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면서 산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생각이란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타성과 고정 관념에 젖어 사는 것이 아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지나 의도와 관계없이 남의 생각이 내 생각 속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온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을 기반으로 제기되는 의견일지라도 편견일 수 있고 내 생각으로 이해한 것이 오해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난 후 ‘의견’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의견’은 습관적으로 생각해 온 ‘의견’, 즉 자기 중심적 ‘편견’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본 ‘선입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생각이 편견과 선입견으로 포장된 습관적 생각이나 고정관념, 타성이나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생각이 사각지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생각은 사각사각(死角死角) 죽어간다. 나의 관점은 점차 사각형처럼 답답한 박스 안에 갇힌 채 사각형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 사각형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무의미하고 필요 없는 것이 되어 사각형 밖으로 추방당한다. 단단한 사각형 틀이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것이다.
사각지대에 가입하는 순간, 관습과 타성에 젖어 안색은 사색이 되고, 그 때부터 ‘상식’의 덫에 걸려 ‘몰상식’한 발상을 인정하지 않는 ‘식상’한 삶을 살아간다. 상식은 다시 습관과 결탁하여 ‘고정관념’으로 변질된다. 상식은 얕은 경험과 합작하여 ‘편견’으로 전락한다. 상식은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면서 ‘선입견’으로 굳어진다. 상식은 관습과 어울리면서 웬만한 타격으로는 깨지지 않는 ‘타성’으로 자리 잡는다.
타성에 굳어진 생각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생각 마사지가 필요하다. 생각 근육도 쓰면 쓸수록 발달하지만 쓰지 않고 방치하면 생각의 때가 끼고 각질이 생겨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사각사각 죽어가는 생각을 되살리고 싶다면 머리만 감을 것이 아니라 생각도 하루에 한 번씩 생각 샴푸로 감아주면 어떨까? 생각을 빨아주어야 생각 근육이 유연해지고 생각의 때와 비듬이 끼지 않는다. 매일 머리를 감듯 매일 생각이 살아 숨 쉬도록 생각도 흔들어 깨워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깨는 여행과 만남, 독서 등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통하여 인간은 성장하는 것이다.
지루한 시간이라 느껴지면 둔감해진 삶에서 떠나 자연 속으로,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번 5월 21일부터 25일까지 아키타의 여행은 그런 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