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 신문의 기자가 보도한 서울의 한 중학교의 모습이다. 이같은 교육현장의 모습이 교직에 몸담은 우리의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실. 학생 두 명이 교탁 앞에서 교사와 대화하고 있었다. 수학 수업 중이었지만 이 학급 30여 명 중 공부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5명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예닐곱은 뒤돌아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학생도 교과서가 아닌 휴대전화를 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옆 교실도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명이 엎드려 자고 있었지만 교사는 깨우지 않았다'는 기사였다.
'교실 밖 풍경도 어수선했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쯤. 가방을 멘 남학생 3명이 학교에 들어섰다. 등굣길이었다. 한참 늦은 지각이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혼내는 사람도 없었다. 복도엔 진한 아이라이너로 눈화장을 한 여학생 몇 명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 중이었다. 립글로스를 바르던 여학생에게 수업 분위기를 물었더니 “놀기 좋죠”란 답이 돌아왔다. 이 중학교는 지난해 1학년 2학기 수학 내신에서 재학생 절반 가량이 과거 수·우·미·양·가 중 가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1학기 수학 E등급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은 60.3%였다'
그런가 하면 '다음날인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한 중학교 모습이다. 사회 수업 중인 1학년 교실에선 잠자는 학생이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수학 수업을 하던 3학년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서 있었다. 벌 받는 게 아니라 졸음을 쫓겠다며 교사 허락을 받고 스스로 일어선 채 수업을 받는 거였다. 재학생 채모(14)양은 “매일 조회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기 때문에 수업 중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수업시간에 누가 떠들면 다른 학생의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선발권이 있는 국제중을 제외하면 지난해 2학기 영어 내신 E등급 비율(5.8%)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는 보도이다.
지난 해 서울지역 중 1 수학 내신(1학기)에서 E등급 비율이 40% 이상인 학교는 조사 대상 308곳 중 143곳(46.3%)에 달했다. 송파구 O중(67.3%), 관악구 N중(63.2%), 용산구 B중(62.2%), 강북구 H중(59.9%), 강동구 D중(59%) 등은 학생 10명 중 6명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3분의 2나 된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2학기 수학 내신에서 E등급 40% 이상인 중학교가 전체 3184곳 중 1170곳(36.7%)이나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심각한 학력 저하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같은 사실을 보고 어떤 지인은 이제 한국 교육은 교육부나 교육청 관료, 학교, 교사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제대로 풀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강조를 한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교육계는 물론 교육계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때 가능해 질 것이라는 이론에 다른 여지는 없다. 무너져가는 교육을 되살리려면 교사, 학부모, 학교와의 협력은 물론 지역사회 전문가, 정치인 기업인, 문화인, 언론인 등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