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오늘도 교통사고를 비롯해 수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단지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존재하는 것은 사고가 직접 안 일어났을 뿐이지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사고를 만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어찌보면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다.
몇해 전 미국에서 자동차 천장에 온 몸이 깔리는 큰 사고를 당한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는 사고 당시 신경이 몰려 있는 네 번째 척추를 다쳤고, 그뒤 뇌와 목의 교신이 끊겨 어깨 아래로 감각과 제어를 할 수 없는 장애의 몸이 됐다. 서울대 학생들을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질조사를 하러 갔었다. 당시 다섯 대의 차가 연이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각 차에서 먼지가 많이 났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차가 전복돼 그 사고로 장애를 입은 것이다.
그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병상에서도 그는 ‘이렇게 다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했고, 마침 할 수 있는 대학 교수직에 있어 공부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중증장애를 가졌지만 특수한 마우스와 음성인식 프로그램 덕분에 장애를 입기 전과 비슷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기능이 발달해 이 교수가 말을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문장을 받아 적는다. 그러나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아직 한글이 없어 영어만 가능하다. 책은 컴퓨터로 스캔해서 보며 가족과 문자와 전화도 주고받고, TV도 본다고 한다. 학생들 시험지는 조교가 스캔을 해 오면 그것으로 채점도 한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면 남들은 내가 장애인인 줄 모른다”고 했다.
장애를 갖게 된 뒤 이 교수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서울대에는 장애인 학생이 60여 명 있는데 80%가 문과라고 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과연 장애인이 이공계에 가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제의했고, 현재 장애인 이공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에 대해 “처음부터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는 학문”이라며 “답을 떠나서 개연성이 있고, 합리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에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어떤 답에 도달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고대 철학자이자 과학자로 명성을 날린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교육과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믿고 실천했다”며 “소크라테스는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삶이 가장 가치있는 삶이라고 여겼다”고 한 강연에서 강조했다.
우리 인간에 언제 어떻게 불어닥칠 재난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정신력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