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전국 중·고교생 대상 ‘하버드 참관 학생 전국 청소년 논술대회’(미래엔 와이즈베리 주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서경운(광주 장덕고 2)·권민(경기도 고양시 장성중 3)군이 ‘정의’ 열풍 일으킨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만났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1953년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출생하였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됐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 2009), 『왜 도덕인가』(2005),『민주주의의 불안』(1996) 등의 저서가 있고, 올해 4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원제 What Money Can’t Buy, 미래엔 와이즈베리)을 출간하였으며 한국에서도 공영 방송을 통하여 많이 소개된 바 있으며, 그분이 두 학생에게 들려 준 이야기는 우리 교육의 방향 설정 및 실천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샌델 교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방식, 토론식 강의가 인상적이다. 그는 “학생이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가르치기보다 아는 것을 이끌어 내는 것에 가깝다. 학생은 질문에 답변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나에게 대화란 곧 수업이자 교육이다. 1980년 하버드대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토론식 수업을 하고 있다. 내 학창 시절의 경험으로 봐도 수업시간에 필기만 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보다 적극적인 배움의 자세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토론식 교육의 장점을 몸으로 실천하는 자세이다. 토론식 수업을 진행함으로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고 진지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찍 배우게 된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에 또 다른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는 것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그가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비결은 무엇인가?이다. “특별한 공식 같은 건 없다. 질문을 잘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이 한 발짝 나아가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줄 수 있다. 훌륭한 스승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풍부한 가르침의 경험이 더해지면 학생이 헷갈려 하는 부분을 잘 파악해 더 깊은 이해를 돕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학생의 답변과 내가 던질 질문을 정확히 예측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란 의미에서 교육은 ‘과학(science)’이 아니라 ‘예술(art)’이라고 생각한다. 난 강의 내용을 적은 노트를 보고 진행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수업의 대화에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학생의 반응에 따라 나 역시 즉흥적으로 반응한다. 학생의 답변과 질문의 이면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넷째, 교육에도 시장주의적 가치가 영향을 끼치곤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이다. 부모들은 흔히 자녀에게 ‘공부를 잘하면 용돈을 올려 주겠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 나라 부모들이 쉽게 취하는 방식에 다른 견해로 접근하는 것이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님의 그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행동이 결국 자녀에게 배움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심어 주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궁극적인 목표는 배움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높은 성적을 위해 돈을 도구로 사용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순 있다. 하지만 ‘교육=돈을 받기 위한 일’로 변질시킬 수 있다. 만약 성적에 따른 성과금을 갑자기 끊으면 어떻게 될까.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돈이 교육의 어떤 부분에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라고 힘주어 강조하였다.
다섯째, 한국 부모들에겐 자녀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부족한 면이 있다. 한편, 자신과 다른 자녀의 의견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그는 “아이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지 않더라도 틀렸다고 바로 수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건 좋지 않다. 경청과 인내심의 미덕은 좋은 교사뿐만 아니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이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의견과 반드시 일치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자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끝까지 들어줘라. 그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물론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난 7세 때부터 신문을 읽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 관한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의 스포츠면을 봤다. 그리고 점차 야구에 관한 점수, 통계에 관한 기사와 내가 좋아하는 팀에 관한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매일 읽게 됐다. 이는 사회·정치 기사를 읽는 것으로 확장됐고, 난 정치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부모님은 내가 보는 앞에서 신문을 보시거나 신문의 유익함을 말씀하시는 등 신문 읽기를 장려하셨다.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으셨다. 이 때문에 난 스스로 흥미를 갖고 신문을 볼 수 있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것을 볼 때, 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