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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에너지 절약이 살길이다

경칩이 지나서인지 봄볕이 따스하게 창가에 스며든다. 새 봄을 맞아 우레가 처음으로 진동하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앞다퉈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경칩'이라는 말은 유래했다고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최악의 한파에 기습 폭설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봄이 더 반갑기 그지 없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 에너지 대란 우려였다. 영광 원전 5·6·7호기 작동이 멈추면서 때아닌 전력대란 걱정에 불안한 겨울을 보낸 것이 산업계의 현실이었다고 한 중견기업 사장이 토로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대란은 피했고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우리 집에서도 실내 온도를 18~20℃로 맞추었고 실내 온도 보호를 하기 위해 작년에는 그냥지냈지만 문풍지도 달았고,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와 내복 입기를 실천했다. 이런 행동이 나만이 아니라 상당수가 참여하였다니 대단한 변화라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정신이 필요한 곳은 공공기관과 학교가 아닐런지!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즈음의 아이들은 조금만 불편하여도 아우성이다. 인내력이 고갈된 심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꼭 가르쳐야 할 것이 절약정신이 아니겠는가.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기상이변 탓에 여러 나라가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럽은 재정 위기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가스 대신 가격 대비 열효율이 높은 석탄 수입을 늘렸다. 에너지 소비 대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는 2009년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로 ‘에너지 절약’을 꼽았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셸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00년의 3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실정이다. ‘에너지 절약’이 제5의 에너지가 된 배경이다.

미래의 대체 에너지를 찾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 살 길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절약을 생각해 보면 유럽인이 먼저 떠오른다. 유럽인들은 마치 옛 우리 조상처럼 근검 절약이 몸에 밴 듯하다. 예컨대 밀레 본사 회장은 대대손손 돈 걱정 없이 먹고 살수 있는 부호인데도 요리에 남아 있는 소스 국물을 빵으로 깨끗이 닦아서 먹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이 가까운 곳에 갈 때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고 팔꿈치가 닳아 구멍이 난 외투를 더 오래 입으려고 천이나 가죽으로 덧대 입는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유럽인들은 물을 아끼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다. 절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 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면 하루에 50L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 사용에 대하여 누진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처럼 무한대로 물을 틀러놓고 설거지 하는 건 유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한다. 유럽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은 전력대란 때 반짝 지키는 캠페인이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인들은 습기 탓도 있지만 추우나 더우나 일과를 마치면 가정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렇지만 물을 데워 온 가족이 순서대로 다 사용한 후에 버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변기는 거의 모두 소량과 대량으로 구분하여 제조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자연 환경에 의해 우리 보다 강우량이 많지만 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아스팔트를 타고 밖으로 흘러가는 것보다는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물 받이 탱크를 지하에 마련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의 96%를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걱정 없이 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에너지 확보 경쟁의 시대’를 걱정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석유나 원자력 등 기존 자원의 개발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까지 고려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 에너지의 대량생산도 아직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에너지 절약’이 제5의 에너지가 된 배경이다.

 ‘에너지 절약이 곧 새로운 에너지’라는 마술을 현실로 바꾸지 않는다면 영원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또 에너지 절약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경제적 트렌드를 빨리 읽어 에너지를 아끼는 습관이 중요하다. 우리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자세도 선진국 스타일로 변해야 함을 공감하는 길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공적인 것을 사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가책도 없다면 양심의 마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도 에너지 절약을 몸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에너지 대란과 함께 찾아와 언젠가는추운 겨울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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