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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삼성의 경영에서 교육 경영자가 배워야 할 것은?

지금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은 잘 나가 그 주가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필자가 올 8월 동유럽 5개국을 탐방했는데 어느 나라를 가도 삼성의 간판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현상은 어디에 연유하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내가 알기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오래 전부터 신년 계획은 항상 일본에 가서 수립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19년 전 이건희 회장은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교수 후쿠다로부터 한 보고서를 받았다.

‘후쿠다 보고서’의 핵심인 ‘경영과 디자인’ 부분 보고서에는 ‘질(質) 경영’을 고민하던 이건희 회장과 경영진의 고민이 질문 형태로 구성되어, 이에 대한 디자인 전문가들의 조언이 답변으로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서 삼성 경영진은 “왜 우리 디자인은 독창성이 떨어지는가?” 를 포함해 40여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후쿠다 교수는 문항마다 상세한 답을 내놨다. 가장 본질적인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순히 형태나 색을 만드는 게 아니다. 제품의 편리성 연구에서 시작해 부가가치를 높여 이용자의 생활을 창조하는 문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후쿠다 보고서’는 1993년 6월 4일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이 회장에게 건네졌다. 이튿날 독일행 비행기에서 보고서를 정독한 이 회장은 임원진 200명을 프랑크푸르트에 소집했고, 사흘 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신경영’을 선포했다. 지금 일본의 전자 업계와 한국의 삼성의 갈림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필자가 피부로 느낀 삼성의 기억은 1987년 나고야의 한 백화점 귀퉁이에 놓인 삼성이 만든 브라운관 TV였다. 그런데 2009년 2월 일본 근무 생활을 마감하고 돌아올 때 삼섬의 브랜드 가치 때문에 값이 비싸다는 점원의 이야기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후쿠다 다미오 교수는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필요한 변화를 함께 실천했고, 일본 전자업계는 실천하지 못했다. 거기서 성패가 갈렸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이 회장 취임 뒤 삼성전자 고문으로 영입돼 10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이 외부의 전문가가 지적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의 많은 학교들도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내 진솔하게 주변의 전문가 이야기를 경청하여야 할 시점이다. 학교 조직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면 일본 전자업계와 같은 사양길을 걸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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