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비로 학교 운동장의 은행나무도 노란 물이 더 짙어져 가고 있구나. 이제 중학교 3년을 마감하고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으리라 믿는다. 어떤 친구들은 빨리 선택하여 고민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조급하여진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년, 아니 인생의 진로를 거의 결정지을 고교의 선택은 정말 잘 하여야 하겠지?
남이 간다고 따라 가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맹목적으로 가서도 안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보다도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자기가 3년간 다닐 학교라면 한번쯤은 방문하여 학교 분위기를 살펴보고 생각한 후 결정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생님들로부터 학교 소개를 받고 학교에 대한 신뢰를 느끼고 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학교에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는 학교를 잘 소개하는 과정에서 노력이다.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교사들도 그런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 환경도 마찬가지이다. 학교가 교육서비스 기관이라면 백화점 못지 않게 깨끗한 환경이라면 견학을 온 아이들의 학교를 대하는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나고 꽁초가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느끼고 온 아이들의 이야기도 손님을 맞이한 학교 구성원들이 들어두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여도 취업이 너무 어려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의 선택 기준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나중에 어떻게 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목표의식으로는 이 세상 험한 세파를 이겨내기에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왔다 할지라도 갈 자리가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니.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기에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스펙 쌓기가 중, 고등학생을 비롯 초등학생까지 번져 대한민국 전토에 그야말로 스펙 열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초등학생을 위해 강남 학원가에서는 특허스펙을 쌓아준다는 스펙학원까지 생겨났고 스펙을 관리해주는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는 스펙 관리 비용으로 일년에 3천만 원의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지는구나. 이들은 “돈만 있으면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살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무엇을 하여야 할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스펙’의 정의는 제품 설명서의 줄임말이지만 요즘은 개인의 능력, 각종 시험 성적 경험을 의미하는 말로 더 널리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취업의 문턱 앞에서 무너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 일찍부터 뛰는 부모님들의 경쟁을 보면서 진정 살아갈 주인공들은 정체성도 없이 끌려다닌다면 무슨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떻게 살려고 저러나 하는 안타까움도 밀물처럼 다가오면서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진학 결정을 위해 학부모, 학생, 선생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